해설/서평: 이규성 씀 『의지와 소통으로서의 세계, 쇼펜하우어의 세계관과 아시아의 철학』(2016)
최종덕(독립학자, philonatu.com)
1부
1. 이규성의 세계철학사 투영
이규성의 책, 『의지와 소통으로서의 세계, 쇼펜하우어의 세계관과 아시아의 철학』(동녘, 2016)은 1,100쪽이나 되는 대작인데, 그 큰 책을 읽느라 80여 일이 걸렸다.
1장 경험과 미래의 철학,
2장 단 하나의 사상과 발현의 세계,
3장 형이상학의 전복과 가능성 및 과학,
4장 색채론과 치유,
5장 비판철학과 예지적 생명원리,
6장 세계론과 시간론,
7장 아시아 철학과 선험적 구성론,
8장 시민성과 정치론,
9장 과학과 우주적 소통성, 이렇게 모두 9 개 장으로 구성되었으며 개별 장이 한 권의 책으로도 손색없을 정도이다.
서평자는 이 책의 목차나 각 장의 구성과 무관하게 주제별로 서평문을 재구성했다. 서평이라기보다 해설의 글쓰기가 맞다. 그렇게 주제에 따라 분류하고 재구성한 해설서 차례는 아래와 같다.
책을 읽으면서 책의 분량이 문제가 아니라 이규성의 학문적 거대함과 철학적 고뇌의 압축성이 나를 압도했다. 쇼펜하우어 Arthur Schopenhauer(1788-1860)의 대표작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1818)에 대한 또 하나의 해석서로만 알았는데, 쇼펜하우어 전반에 걸친 학문사와 당시 근대과학과 전통 형이상학과 신학과의 인식론적 갈등 및 쇼펜하우어 철학과 동양 수양론 철학 사이의 연관성을 포괄적으로 담아내어 이규성 자신의 목소리를 악보에 옮기듯 쓴 그만의 책이었다. 이규성(1952-2021)은 동양철학 전공자라는 지식인 딱지에 억눌리지 않고 동서고금은 물론이고 철학과 역사, 과학과 예술을 거쳐 윤리와 우주를 관통하는 혼융의 철학을 지었다.
이규성은 쇼펜하우어에서 채울 수 없는 의지에의 갈망을 동서고금의 철학적 논의들을 수렴하여 이규성의 고유한 방식으로 발산한다. 고대 플라톤에서 현대 비트겐슈타인에 이르기까지, 붓다에서 뉴턴과학과 현대생물학에 이르기까지 언어를 사용한 모든 철학적 논변들을 이규성의 삶의 렌즈를 통해 투영시킨다. 그의 고뇌를 거쳐 간 철학적 사유들을 자신의 시선으로 얽어내고 자신의 심장으로 엮어낸 세계철학의 그물망이 이 책이다.
이 책에서 이규성은 쇼펜하우어를 통해서 서양과 동양, 형이상학과 근대과학, 사변신학과 그리스철학, 현대와 고전, 예술과 윤리라는 철학사의 그물망을 촘촘히 엮고 있다. 그런 그물망 위에 생의 본질과 불교, 라이프니츠와 주자학, 맹자와 스피노자, 비트겐슈타인과 언어철학, 진화론과 목적론, 뉴턴과 괴테 등 그 사이의 혼융된 노드nodes들을 도드라지게 맺고 있다. 그의 그물망은 언어의 형식과 논리에 빠진 허공으로 내쳐지지 않으며 삶의 의미와 의지를 포획하는 구체적인 향방으로 투기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