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의 가상과 현실 |
2001 시평 : 디지털 시대의 가상과 현실, 평론원주 5호 (2001년1월1일) 디지털 시대의 가상과 현실1. 문제제기 - 정보 외적 접근의 중요성 현대사회를 흔히 정보사회라고 말한다. 정보사회의 의미는 정확히 어떤 현상을 일러 말하는 것인지 불분명하지만, 비물질적 사회동력으로서 컴퓨터와 통신 그리고 뉴미디어의 영향이 강하게 미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한다. 정보사회는 과거에는 생각할 수 없었던 정도로 인간지식의 영역을 확장시켜 놓았으며, 전문가 집단에 의한 지식의 빗장을 열어 놓아 대중으로 하여금 지식의 공유를 가능케 하였다. 그리고 통신과 컴퓨터가 결합함으로써 대면적 관계가 아닌 비대면의 관계를 통한 정보교환이 가능하게 되었다. 또한 정보사회의 기술적 동력이 바로 디지털 기술이다. 그러나 디지털 기술은 기술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류가 지켜온 삶의 양식을 송두리채 바꾸어 놓을 정도로 문명적 전환을 강요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의 의미는 어떤 정보를 분해하여 다른 방식으로 조립함으로써 새로운 정보를 산출하는데 있다. 결국 어떤 집단이 어떤 집단이 정보사회의 특성을 간단히 말해서 지식의 확장, 정보의 공유, 비대면성, 정보의 재구성으로 말할 수 있다. 문제는 현대 산업사회에서 어떤 집단이 이러한 정보의 특성을 가장 크게 자기의 이익으로 실현하고 있는가하는 점이다. 지식 전문가 집단인가, 예술가 집단인가, 아니면 국가기관인가? 현실은 이러한 집단보다 기업집단에서 정보의 특성을 가장 크게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멀티미디어의 발전으로 인하여 상품의 소비영역을 넓힘으로써 정보의 특성이 곧 상업화의 전략으로서 손쉽게 도구화되었다. 인터넷을 통하여 비대면 광고의 극대화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지식의 지적 재산권을 가장 많이 누리고 있는 것이 바로 소프트웨어 관련 몇몇의 특정 국제기업들이다. 또한 최근 한글도메인확장과 관련하여 볼 수 있듯이 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ICANN)의 장기적 이윤창출은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하고 있다. 과학과 산업화의 소산물인 컴퓨터는 영상매체와 통신 발전의 등에 업혀 복합 뉴미디어라는 새로운 상업주의의 칼자루를 만들어 놓았다. 그 칼자루를 누구든지 쥘 수 있을 것 같은 환상이 팽배해졌지만, 실제로 그 칼자루는 산업자본이 독점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현대산업사회에서 정보의 기능과 의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정보 내적인 문제만 다루어서는 안되며, 정보 외적인 사회/문화/과학/철학/정치의 총체적 안목을 가져야 한다. 불행히도 우리의 현실은 정보시대랍시고 멀티미디어나 컴퓨터산업 혹은 영상산업만을 화제의 대상으로 놓을 뿐, 사회문화적 접근은 아주 미미한 편이다. 2, 정보사회의 상업주의 전략 현대적인 의미에서 정보는 지식 그 자체가 아니라 지식의 수합방식을 뜻할 때가 더 많다. 급격한 산업화가 낳은 인구 과밀화와 통신의 발전으로 인해서 지식의 양산이 이루어지고 그 많은 지식을 개인의 관심에 따라 어떻게 분류하고 어떻게 종합하는가가 문제되었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와서 정말로 변화한 것은 지식의 의미나 지식의 양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본질적인 문화양태의 변화이다. 우선 지식의 문화양태의 변화를 살펴본다. 이제 지식은 종이 안에 갇혀 있을 필요가 없게 되었다. 지식은 이제 특정 집단의 소유물이 아니라, 공중을(air) 통해서 만인이 누릴 수 있는 공중성을(publicity) 갖게 되었다. 전화줄을 통해서 혹은 위성전파를 통해서 지식은 일상생활에 필요한 지식에서부터 전문적 지식에 이르기까지 누구든지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지식은 높은 진리만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상식을 넓히고 문제해결의 열쇠를 준다는 점에서 마땅히 정보라고 불려질 만 하다. 그리고 이러한 지식의 개념을 전통적 개념과 구분하여 용도지식이라고 부르겠다. 물론 정보는 그 자체로 용도지식이 될 수 없다. 어떤 용도에서, 누구를 위하여, 어떤 관점에서(scope), 그리고 그 취합의 방식에 따라서 지식이 될 수도 있고, 사장될 수도 있다. 그래서 정보가 지식으로 되기에는 정보생산자와 정보수용자에게 있을 수 있는 두 번의 질곡이 숨어 있을 수 있다. 첫째 정보는 정보를 생산한 정보생산자의 의도가 들어 있다. 둘째 정보수용자가 정보를 취합하는 과정에서 대상정보에 주관의 옷을(shift change)입힐 수 있다. 즉 같은 정보라도 수용자1과 수용자2에게 전혀 서로 다른 용도지식으로 취합될 수 있다는 말이다. 첫째 문제는 정보에 대한 사회정치적 연관성과 관계된다. 그리고 둘째 문제는 정보에 대한 문화적 연관성과 관계된다. 우선 첫째의 사회적 연관성에서 볼 때, 정보의 공공성이라는 것이 얼마나 잘못된 오해와 주입된 선입관이라는 사실을 정확히 보아야 한다. 예를 들어 인터넷의 소유자는 없다고 쉽게 말한다. 분명 인터넷은 폐쇄된 통신망과 달리 특정한 주관 시행자는 없다. 유형재화와 달리 무형의 인터넷은 소유의 개념이 다르다. 그러나 그 내면에는 기업자본의 상혼이 이미 깊게 들어와 있다. 과거의 정보개념과 달리 멀티미디어 시대의 정보는 정보의 내용과 함께 그 내용을 담는 정보의 틀이 매우 중요한 변수를 낳는다. 우리는 정보의 내용만을 문제삼아 왔기 때문에 인터넷과 같은 시스템을 주인 없는 정보의 구름처럼 생각한 것이며, 어느 누구도 그것의 오해를 바로 잡아주지 않았다. 우리는 정보의 틀을 같이 보아야 하며, 그럴 경우에만 비로소 정보의 틀을 만드는 거대 소프트웨어 기업의 막대한 횡포를 볼 수 있다. 물론 정보의 내용만을 보더라도 기업의 상업주의 명제가 공공화되는 현상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예를 들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대표적인 기업인 아이비엠과 마이크로소프트사는 80년대까지 불법복제를 눈감고 있다가 90년대 들어와 갑자기 지적 재산권 주장을 강하게 들고 나와 불법복제에 대한 법적 대응을 강도있게 시행하였다. 10년간이나 불법복제를 눈감았던 그들의 고도 전략의 결과는 이미 특정기업의 개인 컴퓨터와 프로그램이 전세계를 지배하는 상업화의 극치로 연결되었다. 둘째 문화적 연관성에서 볼 때, 정보의 공유성을 인간의 공유성으로 착각하고 있다는 점을 비판해야 한다. 공중air을 통한 정보의 공유성이 더하면 더할 수록 인간의 개인화는 더 심화된다. 그리고 개인마다 다른 주관의 옷은 더 많이 입혀지면서 동시에 정보의 공유성이 아니라 정보 수용의 획일화 현상이 두드러지는 획일화와 개인주의가 묘한 조화로 호황을 누리게 된다. 초기 산업사회로 들어서면서 인간소외의 문제가 커다란 문명위기로 등장된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후기 산업사회의 특징은 기계에 의한 소외가 아닌 정보에 의한 소외가 두드러지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며, 이는 더 큰 문명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결국 첫째가 정보제국주의의 신호라면 둘째는 그 정보제국주의에 길들이기 훈련인 것이다. 3. 디지털이란 무엇인가 정보는 정보를 구성하는 조합방식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고 앞서 말했다. 특히 정보기술시대에서 정보의 조합방식은 디지털이라고 하는 연산처리 방식에 의해 획기적으로 변화하였다. 다시 말해서 정보의 다양한 구성을 가능케 하는 것은 현대과학기술의 산물인 전산기기의 기본셈본인 디지털 방식의 구성력이다. 디지털 방식의 정보 구성력은 전기신호의 디지털 단위들이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정보의 의미가 새롭게 산출되는 것을 포함한다. 그리고 전자기술에 의해 모든 방식의 정보가 전기신호인 디지털 단위로 환원될 수 잇다는 것을 전제한다. 이러한 환원가능성을 정보의 디지털 환원주의라고 부른다. 디지털에 의한 정보의 환원성은 다음의 의미를 갖는다. 1) 정보 원자주의 : 전기신호와 같은 분해된 단위는 모든 정보에 공통적이며, 환원가능한 원자적 요소를 지닌다. 2) 노이즈 배제주의 : 전기신호 0과 1 사이의 존재가능한 중간 미세정보들은 0과 1 의 디지털 단위로 편입된다. 따라서 중간 미세정보 때문에 발생하는 노이즈의 문제, 그리고 전달의 어려움의 문제 등이 해소된다. 3) 정보 편집가능성 : 서로 다른 정보 의미체 사이의 의미교환이 가능하며, 의미체 구성자는 그 의미를 구성자의 의도에 따라 편집 조립할 수 있다. 4) 정보 가상주의 : 현실계와 가상계가 공통적인 디지털 단위로 환원될 수 있기 때문에 그 두 세계 사이의 경계가 불분명해진다. 그리고 가상세계의 가능수는 무한할 수 있다. 정보 원자론은 이미 누구에게나 수긍이 가는 현대 과학기술의 현실이다. 이진법 전기신호로 모든 정보가 분해될 수 있다는 것이 21세기 과학의 최대변수일 것이라는 예측을 누구나 할 수 있다. 정보 의미체에 대한 분해와 조립의 기술적 가능성은 기존의 정보전달 과정에서 생기는 노이즈 발생 문제를 해결하는 데 결정적인 공헌을 하였다. 색깔의 예를 들어보자. 빛깔의 스펙트럼에서 색깔은 빨주노초파남보의 7가지로만 있는 것이 아니다. 원래 빛깔은 연속적이었으며 따라서 색깔은 무한정하다. 그러나 인간은 연속의 무한성에다 색깔의 이름을 다 붙일 수 없으며 결국 불연속적인 색깔의 이름을 만들어서, 색깔의 이름과 이름 사이에 있는 색깔은 앞뒤의 색깔로 이름을 대신하는 것이다. 이름과 이름 사이에 있는 색깔은 이때 색깔의 노이즈가 된다. 색깔의 이름이 없거나 무한한 색깔에 이름을 붙이려고 한다면 우리는 색깔의 노이즈로 말미암아 색의 혼동을 일으키고 만다. 그러나 일정한 스펙트럼의 간격으로 색깔의 이름을 적당히 붙임으로써 우리는 색깔의 노이즈로부터 벗어날 수가 있었다. 마찬가지로 전화기의 소리도 그렇다. 아날로그 방식의 전화 송출방식은 전기신호로 환원된 사람의 소리가 연속적이어서 송출하는 전기에너지와 일대일 대응되기가 어렵다. 그래서 우리는 전화 통화할 때 잡음을 경험하게 된다. 그러나 디지털 방식의 송출은 연속적인 소리의 전기신호를 불연속적인 단위로 끊어주어 한 단위 한 단위로 송출하게 되어 이를 받는 수신기는 단위 전기신호를 다시 소리로 바꿔 주면 되기 때문에 잡음이 없어진다. 이렇게 디지털 전환은 전기신호 0과 1 사이의 존재가능한 중간 미세정보들을 0과 1 의 디지털 단위로 편입시킴으로써, 중간 미세정보 때문에 발생하는 정보 전달과정의 노이즈의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하였다. 그러나 디지털 인공신호는 원래의 자연신호와 차이를 발생한다. 연속을 불연속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불연속의 단위로 편입된 연속의 많은 것들이 사라진 이유 때문이다. 결국 우리는 디지털 휴대전화를 사용하면서 미세한 차이의 가상성을 향유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그 작은 미세한 차이는 엄청난 변화를 초래할 가상계의 미래를 그 안에 품고 있다. 디지털 방식의 구성체인 가상성과 현실성 사이의 차이는 디지털 특성과 아날로그 특성의 차이를 비교함으로써 드러날 수 있다. 디지털 정보는 불연속의 분해단위의 정보 조합이라고 했다. 반면에 아날로그 정보는 연속적인 어떤 하나이다. 예를 들어 물이라고 하는 정보의 전달과정을 보자. 내 물병의 물을 다른 사람의 물병으로 옮기려고 할 때, 물잔을 갖고 한 잔, 두 잔, 세 잔으로 세어서 물을 옮기면 물의 손실이 없을 것이다. 이것이 디지털 방식의 물 전달 효과이다. 이러한 전달 과정에서 물의 노이즈는 발생하지 않는다. 반면에 나의 물병을 들고 물잔 없이 다른 사람의 물병으로 직접 부으려고 한다면 옆으로 새고 흘리는 물이 있을 수 있다. 이를 물 전달의 노이즈라고 한다. 그리고 이점을 은유하여 아날로그 방식의 물 전달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물잔으로 세어서 옮겨진 물은 전달의 효과는 클지 몰라도 상대방이 원하는 만큼의 물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물잔수에 맞춰진 강요된 물의 양을 상대방이 전달받아야 한다. 그러나 물병 채 옮겨지는 물은 비록 물을 흘릴 수는 있지만 상대방이 원하는 양만큼 부어서 물잔 수와 다음 물잔 수 사이의 적절한 양에서 옮기기를 그칠 수 있다. 결과는 디지털 방식의 물 옮기기는 정확한 양이 문제인 반면 상대방 사람의 의도와 어긋날 수 있으며, 아날로그 방식의 물 옮기기는 물은 흘릴 수 있지만 그 사람이 원하는 양을 줄 수 있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이러한 수사적 비유는 결국 가상세계와 현실세계의 차이에 대한 수사적 비유이기도 하다. 4. 가상세계의 조건 디지털 신호에 의한 정보의 편집가능성은 서로 다른 정보 의미체가 상호 교체 가능하다는 사실을 말한다. 정보를 구성하는 사람은 그 사람의 의도에 따라 정보를 새로이 편집하거나 조립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사실은 소리나 색깔의 개별 정보 차원을 떠나 모든 매체 양식의 정보들이 하나로 결합되고 다시 해체될 수 있다는 뜻을 포함한다. 이미 기존의 정보 매체였던 문자와 언어, 그림과 소리, 영상과 음악 등이 하나의 정보 매체로 용융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다양한 매체들이 상호 편집되어 새로운 세계를 형성하기도 한다. 이렇게 디지털 방식으로 새롭게 편집된 정보 복합매체의 세계는 인간이 갖는 지각세계와 일대일 대응을 완벽히 수행할 때 우리는 그러한 세계를 가상세계라고 부른다. 가상세계는 스스로 현실세계와 일대 일 대응하는 정보 체계의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그뿐만이 아니라, 지각하고 반응하는 인간의 지각 구조에 대응하기도 한다. 다시 말해서 가상세계는 가상세계 안의 지각주체의 행동-심리 반응과 현실세계 안의 지각주체의 행동-심리 반응이 서로 같아야 한다는 조건이 만족되어야 한다. 이를 지각 대응성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 두 가지 조건 즉 체계 일관성과 지각 대응성의 조건을 만족시킬 수만 있다면 가상세계의 가능수는 무한에 가깝게 된다. 그리고 가상세계 안에서 지각 대응성이 만족된다는 것은 현실계와 가상계 사이의 경계가 불분명해진다는 것을 뜻한다. 경계는 분명하지만 그 경계를 지각하는 분별력이 불분명하다는 뜻일 것이다. 예를 들어 가상세계1과 가상세계2의 경계는 그 경계 안에 들어와 있는 세계 내 지각자에게는 전혀 식별 불가능하게 된다. 디지털에 의한 정보 가상세계에서 중요한 것은 가상세계와 현실세계 사이의 현실성 비교문제이다. 무엇이 과연 현실인가 하는 문제이다. 데카르트는 나의 존재에 대한 최후 근거로서 분명하고 확실한(clear and distinct) 거점에까지 끝까지 질문하고 회의하는 반성적 자아를 내세웠다. 그러나 첨단과학이 주도하는 가상세계 기술은 현재 내가 속해 있는 가상세계에 대한 회의와 반성조차 막아놓는 완벽한 일관성과 지각 대응성을 갖는 것이 문제이다. 더욱이 가상세계의 동일한 틀인 환각제 혹은 마약에 의한 가상세계 그리고 알콜중독의 가상성과 달리 정보사회에서의 가상세계는 윤리적인 제약조차 받지 않고 있는 것이 더더욱 문제일 수 있다. 5. 디지털 기술의 현실 벤처기업의 성장신화가 채 피기도 전에 자본의 허구가 드러나게 된 뉴스가 요즘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다. 어쨌든 벤처기업의 핵은 바로 인터넷 정보산업이었고, 정보산업의 영업성 평가는 결국 전자상거래의 기술평가로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전자상거래의 기술력이 바로 포르노 산업의 한 결과라는 점이다. 즉 인터넷상의 포르노 전자상거래가 전자결재 기술을 이끌고 있다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인터넷의 가상세계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게임산업과 역시 포르노산업인 것이 전세계 인터넷 시장의 경향이다. 게임산업은 정말 가공할 정도로 성장을 하고 있으며 포르노산업 역시 사이버섹스의 영화 같은 이야기를 얼마 멀지 않은 미래에 실현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비추고 있다. 그리고 이 두 정보산업이 인터넷 시장의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정보산업은 결국 디지털 기술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게 된 이유는 결국 디지털의 편집기능 덕분이다. 대중가수들도 카메라만 잘 받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얼마든지 목소리를 디지털 편집하여 좋은 목소리의 가수를 조작해 낼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다. 일본 고에이사의 대표적인 게임인 <대항해시대2>를 하다보면 한국사람들 조차도 일본인의 우위성을 인정하고 마는 대일본 제국주의에 대한 의식교육의 교과서라고 여겨질 정도이다. 내가 원하는 섹스 대상자로서의 이상형의 체형을 온라인 상으로 입력하여 나온 출력된 이성과 섹스를 할 날이 영화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이버 섹스는 한낱 비대면 섹스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류가 지켜 온 가정이라는 인류학적 틀이 붕괴되는 위협을 줄 수도 있다. 2000년 여름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전자정보기술협회(VDE;Verband der Elektrotechnik)는 정보기술 관련 전문가 300명을 대상으로 한 앙케이트 조사를 하였다. 이 조사결과에 의하면 컴퓨터의 성능이 10년 후에는 500배 정도 향상될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중앙집적회로를 병렬로 처리할 수 있다면 500배 정도의 성능향상은 거뜬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위에서 든 미래의 가상세계의 사례들은 첨단의 나노테크닉을 통하여 손쉽게 실현 가능해진다. 다양한 유사지각을 동원한 디지털 시뮬레이션은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의 실현성을 높게 해준다. 94년도 미해군성은 시뮬레이션 항공기 모의훈련에 대한 신뢰도 평가를 절하하였다. 시뮬레이션 모의훈련은 막대한 훈련비 절감효과가 있었지만 이라크 전쟁에서의 임상결과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어렵게 말할 필요 없이 채팅하는 사람들이 갑자기 튀처 나와 번개팅을 하는 것과 같은 마음일 것이다. 이런 점에서 디지털 가상계는 현실계를 따라오지 못할 영원한 제약을 지니고 있다고 어떤 이들은 말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정보가상세계와 유사한 가상조건을 지닌 마약이나 알콜중독 혹은 자폐증 이상의 인류학적 이상기류가 형성될 것이며 벌써 많은 정보 가상세계에 의한 증후군이 나타나고 있다. 불행하게도 이에 대하여 적절한 사회적 대처와 인간학적 대안은 묘연하다. 디지털 사회는 궁극적으로 기계성과 인간성의 대립을 양산할 것이다. 디지털의 장밋빛 희망을 나열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본재의 재생산성이라는 데에만 초점을 두고 있을 뿐, 인간성의 상실 그리고 인간소외의 문제를 도외시하고 있는 것이 분명한 현실이다. 우리는 도구로서의 디지털 기술을 부정할 수 없게 되었고 또한 그럴 필요도 없다. 그러나 자본의 망령아래 도구와 주체를 혼동하거나 역전시키는 일에 대하여 끝없는 행동저항을 다각도로 해야 한다. 그 행동저항의 방법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인간의 만남을 기계적인 것에서 인간적인 것으로 유지시키면 된다. 그 인간적인 것은 인간에게 이미 부여된 것으로 누구나 알고 있다. 단지 실천이 어렵다는 핑계를 우리는 자주 듣고 있다. <끝> |
평론원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