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철학, 흐름과 쟁점, 그리고 확장-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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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철학, 흐름과 쟁점, 그리고 확장. 창작과비평사. 2011-10-07

공동필자: 송상용 | 신중섭 | 최종덕 | 홍성욱 | 정병훈 | 박영태 | 조용현 | 김유신 | 박은진 | 고인석 | 강신익 | 이영의 | 이상원 | 손화철 | 윤용택 | 정상모 | 백도형 | 이상욱 | 김국태 (지은이) |
 
신간소개

현대에 들어와 과학기술공학이 인류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면서 과학에 관한 철학적 논의가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이와 더불어 등장한 극단적이고 맹목적인 과학주의나 반과학주의는, 과학기술의 성격을 올바로 이해하는 대중적 교육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지금까지 과학철학이 어떻게 전개되어왔는지를 고찰하고 그 논의들을 일목요연하게 소개하는 작업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고대부터 중세, 근대를 거쳐 현대에 이르는 과학철학의 흐름과 쟁점, 그리고 다양하게 응용되어 전개되고 있는 관련 논의를 소개하는 책이다. 19명의 과학철학 전공 학자들이 전공자뿐만 아니라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과학철학 전반을 소개하기 위해 4년여에 걸쳐 기획하고 집필에 참여했다. 과학철학의 흐름을 소개하는 정도에 그치거나 저자 고유의 입장을 반영할 수밖에 없었던 기존의 과학철학 입문서들의 한계를 감안한다면, 그 범위 폭과 내용의 깊이에서 단연 돋보이는 저작이다.

아리스토텔레스부터 파이어아벤트까지, 과학철학의 거대한 지적 드라마 과학철학은 과학이론의 체계와 본성, 과학의 가치를 평가하는 철학적 논의를 통칭한다. 다시 말해 전문적이고 추상적인 과학을 일반인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알기 쉽게 설명하거나, 과학기술과 관련된 사상의 전개와 이에 대한 가치평가 등을 다루는 철학의 한 분야다.이 책의 1부 ‘흐름’은 아리스토텔레스부터 데까르뜨, 라이프니츠, 칸트를 거쳐 밀과 꽁뜨, 쿤과 파이어아벤트까지 과학과 철학을 종횡무진 누볐던 학자들의 이야기를 서로 교차해가며 엮어놓았다.

이 거대한 지적 드라마는 우리에게 현대과학의 태동과 성장의 서사를 선보이며, 더불어 과학에 대해 어떠한 입장과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 그래서 과학의 당면과제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를 좀더 심사숙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김국태는 중세 아리스토텔레스의 세계관을 극복하고 나타난 근대과학에 관한 철학적 논의를 베이컨, 데까르뜨부터 시작하여 칸트까지 소개한다.

이어서 박은진은 논리실증주의의 태동과정과 입장, 그리고 그에 대한 비판을 소개하는데 여기서 드러나는 현대물리학의 장면들이 꽤 흥미진진하다. 논리실증주의는 과학에 대한 확고한 입장을 개진함으로써 엄밀한 과학성의 기준을 제시했으나 뒤이어 포퍼의 반증주의가 등장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다.

이에 관하여 신중섭은 논리실증주의와는 다른 관점에서 과학철학에 관한 논의를 전개한 학자들의 이론을 세세하게 펼쳐보인다. 정병훈은 과학사와 과학의 실제에 근거하여 논리실증주의와 포퍼를 비판하는, 쿤과 파이어아벤트의 철학을 각각 소개한다. 특히 쿤에 관해서는 최근까지 이루어진 연구성과들까지 구체적으로 담아냈다.

현대 과학철학이 선사하는, 인간과 사회를 보는 눈 과학철학의 논쟁은 실증주의에 기반을 둔 논쟁에서 벗어나 과학 형성에 대한 사회역사적 조망을 제시하면서부터 불 붙기 시작했다. 근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과학철학의 다양한 쟁점들은 한마디로 ‘도그마를 부정하라’는 전제에서 출발했다. 이 쟁점들은 경험론적 주제, 즉 칼로릭이나 플로지스톤처럼 그때까지 존재하는 것으로 인정받았던 수많은 대상의 존재론적 자질이 박탈당했던 과거의 이야기부터, 과학의 성격을 합리성에 두느냐 사회성에 두느냐라는 지금의 문제에까지 걸쳐 있다.

2부 ‘쟁점’에서 최종덕은 현대 자연철학에서 논의되는 주제들과 주요 쟁점들을 개괄적으로 소개한다. 이영의는 추리형식의 관점에서 과학의 방법에 관한 철학적 논의를 소개하며,

박영태는 이론적 대상의 존재론적 의의에 관해 과학적 실재론과 반실재론 사이에 전개된 논의를 그 발단부터 최근의 동향까지 소개한다.

홍성욱은 과학적 지식의 객관성에 관해 자연과학자와 사회구성주의자 사이에 벌어졌던 과학전쟁의 특성을, 과학의 합리성과 과학의 사회성이라는 관점에서 각각의 대표 학자를 중심으로 알기 쉽게 설명한다.

이어지는 3부 ‘확장’에서 우리는 과학철학의 현재를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다. 실험철학, 기술철학, 생물철학, 심리철학, 의(醫)철학, 환경철학, 소프트웨어 등 과학의 각 부문별로 벌어지고 있는 논의들을 차례대로 일별할 수 있으며, 근대과학에서 현대과학으로 이행되는 과정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과 뒤이은 양자역학 논쟁까지 심도있게 탐구한 글들에서 심화학습의 묘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와 더불어 STS와 과학철학의 관계, 과학기술윤리 등 과학과 사회의 관계를 냉정하게 되짚어보는 기회도 얻을 수 있다.

먼저 김국태는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이론과 일반 상대성이론에 관한 철학적 논의를 상대론적 시간과 공간 개념을 중심으로 논한다.

김유신은 아인슈타인과 보어 사이에 벌어진 EPR 논쟁을 소개하면서 양자역학 철학의 한 측면을 깊이 있게 다룬다. 이상원은 과학의 방법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실험에 관한 철학적 논의를 전개하며,

손화철은 기술에 관한 철학적 논의를 통해 과학기술에 관해 생각해야 하는 여러 철학적 문제들을 소개한다. 이상욱은 STS와 과학철학 사이의 접점과 관계를 설명하면서 STS의 논의에 대한 좀더 깊은 이해를 제공한다.

정상모는 유전자와 그 전이를 중심으로 생물철학의 최근 경향을 이에 대한 비판적인 논평을 덧붙이면서 소개한다.

백도형은 심신문제에 관한 철학적 논의를 그 근거와 전개과정을 중심으로 선보이며,

강신익은 의학 개념에 관한 철학적 성찰을 통해 몸을 둘러싼 동서양 의학의 사고방식을 알기 쉽게 소개한다.

윤용택은 근래에 주목받고 있는 환경과 생태계 위기를 바라보는 철학적 입장을 소개하고 합리적 생태주의 관점을 제시한다.

고인석은 과학기술 개발과 연구에서 일어날 수 있는 윤리적 문제와 그 해결의 방향을 제안한다. 조용현은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철학적 놀이를 통해 누적선택과 진화 개념의 활용 사례를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송상용은 과학철학에 관한 논의가 전개된 역사적 배경과 계기 및 전개양상을 간략하게 개괄하고, 과학철학에 관해 참고할 수 있는 문헌들을 소개한다.

과학철학이 가야 할 길인간활동의 어떤 분야도 지적으로나 기술혁신에서 과학기술만큼 성취한 적이 없다. 그러나 이 도전받지 않는 진전에도 불구하고 과학기술이 반드시 인류의 도덕적·사회적 진보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꿈들은 악몽을 뜻할 수도 있다.(490면)과학철학은 과학에 대한 반성의 학문이다. 즉, 어느 시대의 과학철학은 그 이전 시대 과학에 대한 반성을 계기로 시작되었고 그후 수많은 논쟁을 거치면서 다양한 지식을 생산해왔다. 하지만 과학철학의 근본적 의의는 새로운 과학적 사실을 만들어냈다는 데 있기보다 그 사실을 만들어낸 사고방식이 그 시대와 어울리면서 풍부하고 다채로운 철학적 사유를 내놓았다는 데 있다. 한마디로 우리는 과학철학을 통해 이 시대의 정치·사회적 변화를 읽는 눈을 얻게 되었다.

“과학은 원칙적으로 개인이나 특정한 사회의 가치관에 예속되지 않은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관점에서 세계의 진상을 파악하려는 시도”(438면)라는 명제는 과학철학에서 중요한 명제 중 하나다. 하지만 과학기술을 실행하는 과정에는 시대적 배경에 따라 늘 수많은 가치, 특히 윤리의 문제들이 개입되게 마련이다.

멀리서 예를 찾을 것 없이 2005년 황우석 스캔들과 배아복제논쟁을 떠올려보면 과학이 사회와 맺는 관계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과학이 순풍에 돛 단 듯 전진하면서 학자들이 자신들의 필수 덕목에서 윤리를 지워버렸던 20세기의 역사는, 작게는 과학논문 조작에서부터 크게는 원폭 투하까지 비극적 결말을 예견하게 했다. 앞으로 과학철학은 첨단기술과 인권의 문제를 비롯한 과학기술윤리 부문에 더욱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이 책이 과학철학의 소명에 관하여 경고와 우려를 던지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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