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으로 과학읽기>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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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린 곳 : 교수신문, 교수신문
2004  서평 : 이중원 외 <인문학으로 과학읽기>(실천문학사) 서평, 교수신문 306호(2004년3월29일)

이중원 외 <인문학으로 과학읽기>에 대한 서평



과학읽기의 새로운 궁리



과학에 대한 좋은 읽을거리가 하나 출간되었다. <인문학으로 과학읽기> (실천문학사)라는 책이다. 요즘 유행하는 대중과학의 틀이 아니라, 각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이 모여서 현대 과학기술의 문제를 좀더 진지하게 접근해보자는 여러 논문들의 모음집이다. 이 책은 철학의 사유에서, 사회의 시각으로, 동양의 관점에서 그리고 정책 현황의 입장에서 오늘날 크게 부각되는 과학의 쟁점과 역사를 조명했다. 서문에서 밝혔듯이 이 책은 과학과 삶의 총체적인 사회문화적 패러다임을 추구하며, 조각난 전문화가 아닌 학제적이고 통합적인 사고가 과학읽기의 뿌리라고 말했다.

소칼의 과학전쟁을 소재로 역사성과 합리성의 문제를 다룬 꼭지는 풍부한 참고자료를 통해서 매우 엄격한 논리적 분석력이 돋보인 논문이었다. 소칼이라는 과학자가 해석가들을 비판하게 된 사회적 동기가 합리성의 엄격한 재구축에 있기보다는 인문학의 과학 도용과 오용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는 집단적 정서의 한 단면이었다. 그래서 과학전쟁을 합리성과 역사성이라는 기존의 지식논쟁의 틀만이 아닌 좀더 통합적인 사회심리학의 구조접근이 추가되었으면 했다.

‘1960년대 인간과 기계’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나는 60년대 연구성과들을 일목요연하게 공부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그러나 60년대라는 제목이 단순히 60년대라는 물리적 시간대에 수행된 연구결과만을 보여주는데 있는 것이라면 이 논문은 통합적 사유라는 기준을 채울 수 없다. 60년대라는 의미가 사상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전환적 계기임을 좀더 자세히 일러주었어야 했다. 그럼으로써 독자들은 서구 60년대를 통하여 미래사회의 사유를 가능케 하는 과학읽기를 누릴 수 있다.

한편 과학과 종교의 역사적 관계를 기술한 꼭지는 세계관과 존재론 그리고 문명론 및 역사관이 통합적으로 녹아들어 있다. 하나의 단편이지만 갈등의 파고를 겪는 지식의 사상사 전편을 한 장면으로 읽는 것 같다. 역시 해부하는 논문의 틀을 벗어나야만 해석하는 읽기가 가능함을 알려주는 본보기라고 여겨졌다.

이 책은 학제적으로 내용을 엮기는 했지만 학제적 상호성에서는 미흡했다. 통합적 사고가 중요하다고 했지만 역시 전문적 논문들의 조각 모음이다. 논문이라는 틀 때문에 일반인들이 과학을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읽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보지만, 그래도 과학학의 여러 연구동향들을 밀도 있게 소개하는 책으로는 아주 좋은 평가를 할 수 있다. 각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인 이 책의 필자들이 소주제 별로 다시 모여 책을 엮는다면 우리 사회가 앓고 있는 가벼움의 글쓰기를 치유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우리 독자들도 진지한 과학읽기에 한발 더 다가갈 수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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