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투르의 객체 개념

라투르 “객체”를 이해하기 위한 객체 일반론

1. 라투르 철학의 기초는 주체-객체 이분법의 오류와 모순을 지적하는 것에서 올려졌다.

2. 객체는 피동형의 수동적 대상이 아니다. 즉 주체를 주관으로 하고 객체를 객관으로 하는 그런 이분법적 대상이 아니라는 뜻이다.

3. 인간이 객체를 구성한다는 구성주의는 인간중심주의의 굴레에 속한다. 객체도 객체 스스로 세상을 구성하기 때문에 인간 중심의 사회구성주의라는 개념으로 겍체를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 라투르 후기 철학의 요점이다.

4. 여기에선 주체와 객체라는 이분법적 구도에서 본 객체가 아니라 인간중심주의가 아닌 비인간의 객체로서 "객체"를 다루는 것이다. 이 점에서 하먼은 라투르의 비인간 객체를 객체지향 개념으로 설명한다. (그레이엄 하먼.「네트워크의 군주: 브뤼노 라투르와 객체지향 철학』 김효진 옮김. 갈무리. 2019)

5. 객체지향object-oriented이란 무엇인가?

6. 중력의 예를 들어보자.(앞의 그림 참조) 행성의 운동과 중력에 의한 빛의 굴절이 중력의 존재를 먼저 상정하는 것이 아니라 행성의 질량에 선제하여 중력을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 현대 중력이론의 핵심이다.

7. 뉴턴의 고전역학 혹은 칸트인식론에서 공간이 먼저 선제하고 사물이 그 공간에 들어와 작용하는 것이지만, 아인슈타인에서는 공간이 사물의 질량에 따라 나중에 형성된다는 점이 공간-객체 관계의 차이다.

8. 여기서 중력 대신에 객체라는 말을 대입하면 객체를 좀 더 이해하기 편하다. 세상의 인식론적 틀이 먼저 있어서 그 틀 안에서 객체가 설명되는 것이 아니라 객체가 있기 때문에 객체의 존재론적 무게에 따라 중력이라는 인식론적 틀이 설명될 뿐이다.

9. 모든 객체는 고립되거나 불변의 실체가 아니라 인간과 비인간 모두에게 섭동된다. 그래서 객체는 협상과 외교의 행위자이다. 그런 행위자를 라투르는 실재라고 말하기도 한다.

10. 이런 점에서 모든 실재는 정치적이다. 모든 정치가 인간적인(인간중심적인) 것은 아니며 인간-비인간에 간섭받는다.

11.“객체 지향”이라는 용어는 사변적 실재론과 객체지향 존재론를 전개한 하먼Graham Harman이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에서 따온 것이다.(Harman 2022, 187) 물론 하먼Graham Harman의 ‘객체 지향“ 용어를 이용하여 라투르의 객체 개념을 설명하는 것은 무리다.

12. 라투르가 객체지향이라는 용어는 그의 존재양식 12장 정치철학에서 잠시 나오는데, 거기서 객체지향이란 정치적 이슈(문제, 쟁점 등)의 무게가 정치라는 틀을 간섭하는 것이지 정치라는 합리적 틀이 이슈를 규정하는 것이 아님을 라투르는 강조한다.정치는 사실물의 matters of fact집합이 아니라 관심과 우려의matters of concern 집합체이다. (Latour, Modes of Existence, p.337)

여기서 사물은 정치적 이슈에 해당하며, 그런 사물의 무게(물리학적으로 말하면 "질량"임)에 따라 중력이 만들어지듯이, 정치적 이슈의 무게에 따라 정치연결망이 형성된다.(라투르 존재양식 한글판 493쪽)

13. 라투르는 객체 개념을 차용하면서 컴퓨터 공학에서 빌려온 것이라고 밝히기는 했지만(존재양식 한글본 492쪽), 실제로 객체를 설명하는 라투르의 내용을 자세히 보면 아인슈타인의 중력 개념을 통해 객체의 우선성을 판단하고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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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먼이 컴퓨터 프로그래밍 용어에서 따온 “객체지향”의 원래 뜻은 무엇인가? - 몰라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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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프로그래밍에서 객체는 연산코드와 자료구조의 합으로 된 집합체다. 쉽게 풀어서 말하면 연산코드로 된 변수들의 묶음이 있고 그 묶음 안에 그 변수들을 어떻게 어떻게 작동하게 하는 함수가 항상 같이 붙어 있는 형상을 객체라고 한다.

그리고 객체지향이란 이런 객체들 간의 관계를 말하는데, 객체들 사이의 집합체, 상호의존성, 하위 집합체에 어떻게 상속되는지의 관계를 객체지향이라고 표현한다. 특히 상속이라는 객체지향의 성질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x와 y라는 변수들의 묶음이 있고 그 변수들을 작동시키는 y=2x+3이라는 함수도 그 묶음 안에 결착되어 있다면 그 묶음의 단위는 x와 y 자리에 무엇이 들어와도 항상 객체로 활성화된다. 그리고 그런 함수의 묶음이 통째로 하위 묶음으로 연결된다고 하더라도(컴퓨터 프로그래밍에서는 이런 연결을 “상속”이라고 부른다) 그 묶음의 함수값이 그대로 적용된다.

상속관계에서 상속의 내용을 추상화한 것이 클래스class이다. 클래스는 추상화abstraction이다. abstraction이 기본형이다. 추상화의 abstraction은 플라톤 이데아처럼 질료가 아직 붙지 않은 형상의 구조와 비슷하다.

이런 추상적 형상에 질료가 채워지면서 파생된 구체의 개별체가 생긴다. 마찬가지로 기본형의 추상적 조건들을 그대로 상속한 파생형을 Implementation(구현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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