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경 이후 장수하는 이유

야생종 대부분은 생식활동이 끝나면서 수명도 따라 끝난다.

잘 알려졌듯이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회귀동물 연어이다.
태어난 하천 상류로 회귀하여 알을 낳고 죽음을 맞이한다.

포유류는 이와 다르지만 대체로 생식기간 혹은 가임기간을 마치고나서 노화증상이 급격히 온다.
영장류에서는 생식 종료 이후에도 상당 기간 생존하며 집단에서 살아간다.

인간은 이 점에서 진화방식 혹은 진화속도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생식기 혹은 가임기 이후에도 자기 집단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하며 상당 기간 생존을 유지한다.

특히 신석기 농경정착기 이후 노인 기간(가임이나 생식 종료 이후 죽음에 이르기까지)이 늘어났다.

이렇게 늘어난 이유에서 두 가지 관점이 있다.

하나는 폐경 이후, 노인이 되어서도 생식이나 사냥에 직접 참여하지 못하더라도 일이 많은 젊은 부모 대신 손자들을 돌보거나 부락에 남은 아이들을 교육시키는 역할이 중요해짐에 따라 노인 역할의 빈도가 증가된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노인의 수명이 늘어날 수 있으며 수명 연장의 방향으로 적응진화되었다는 입장이다. 즉

노인의 아이돌봄이나 교육활동이 원활한(다수의 참여와 다수의 돌봄/교육 환경) 집단(부락)이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더 번성한다는 것이다.

이런 논증이 적응주의 진화의 주요 명제이다. 이를 "할머니 가설"이라고 말한다.

다른 관점으로 노인 수명기간의 연장이 진화의 직접 소산물이 아니라 단지 영양공급이 원할해지면서 신체유지기간이 늘어나면서 생긴 부산물이라는 것이다. 이런 관점 역시 진화론의 한 가지이지만 적응주의 진화이론에만 국한되지 않는 포괄주의 입장을 보인다.

또 다른 관점도 있다. 소위 다층선택이론이라는 것인데, 적응주의와 비적응주의 관점을 연결하여 두 관점이 서로에게 배척관계가 아니라 상보관계라는 것이다.(Sober and D.S.Wilson 1998, Unto Others:The Evolution and Psychology of Unselfish Behavior.)


내 입장은 대체로 소버 관점에 기울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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