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푸 통의 비밀 : 확증편향

샴푸 통의 비밀 : 확증편향

영장류 학자 드발Frans de Waal은 날마다 낮 동안 침팬지 관찰연구로 시간을 보내다가 저녁에 캠프로 돌아온다. 땀을 흠뻑 흘린 어느 날 그는 일을 마치고 캠프 옆을 흐르는 맑은 개천에 몸을 담았다. 약간 어두워졌지만 달빛은 있었다. 상쾌한 목욕을 하던 중 바로 눈 앞 나뭇가지 위에 치타 한 마리가 드발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는 공포심에 온 몸에 전율을 느꼈다. 그러나 기지를 발휘했다. 당황하지 않고 적절한 대처방식을 그는 찾았다.

표범은 물을 싫어한다는 그의 지식을 순간적으로 떠올렸고 그는 물속으로 조용히 잠수하여 반대쪽으로 올라와 무사히 빠져 나와 캠프로 돌아왔다. 그는 고향에 돌아와서 이 이야기를 승전보마냥 친구들에게 자랑하며 들려주었다. 그리고 3년이 지났다. 그는 너무 놀란 사실을 접하게 되었다.

치타는 고양이과이지만 물을 피하지 않고 오히려 수영까지 하면서 물을 즐긴다고 한다. 이 사실을 접하고 드발은 3년 전에 자기 행동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이었는지 또 다시 더 큰 전율을 느꼈다. 그가 알았던 치타에 관한 지식은 사실이 아니라 거짓 믿음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거짓 믿음, 사실로 위장한 믿음은 스스로 만든 능동적 믿음이며 스스로 그렇게 믿고 싶은 것을 사실이라고 믿는 뇌의 수동적 반응이다. 이러한 뇌의 현상을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이라고 한다.

확증편향이 점점 커지면서 자기가 믿는 것이 거짓일 수 있을 지어도 계속 믿으려는 경향이 있다. 왜냐면 그런 지속된 믿음이 자신에게 편안함을 준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거꾸로 말해서 많은 진실의 사실은 불편함을 준다고 여기기 때문에 거짓에 대한 확증편향은 없어지지 않고 지속되곤 한다. 쉽게 말해서 안주하려는 성향이 클수록 확증편향에 빠질 확률도 높다.

확증편향의 정도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는데, 편향성을 줄이는 방법은 있다. 그동안 확실하다고 생각해왔던 지식과 믿음들을 다시 회의하고 질문한다. 그리고 자신의 믿음의 강도를 스스로 낮추는데서 확증편향 탈피의 방법이 찾아진다. 그런 방법을 연구방법론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 과학이다. 과학이 아니더라도 어쩌면 종교라도 이런 방법론을 수용한다면 우리 사회는 좀 더 좋아지고 나 스스로도 좀 더 행복해질 것이다. 우선 나부터 되돌아보자.

나는 요즘 머리숱이 부쩍 줄어 두피가 휑해졌다. 내 아들이 탈모에 좋다면 나에게 어떤 샴푸를 선물해 줬다. 이것으로 샴푸했더니 머리카락이 좋아졌다고 말한다. 그래서 나는 아들에 대한 믿음 때문에 선물받은 샴푸를 열심히 사용했다. 그런데 샴푸할 때 거품이 거의 나질 않았다. 나는 그런 샴푸를 오히려 더 좋다고 생각했다. 왜냐면 화학 계면활성제를 사용하지 않아서 거품이 나지 않는 것이니 그만큼 두피에는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는 머리숱이 나는 것 같은 느낌까지 받았다. 이런 믿음은 샴푸 반을 쓸 때까지 꽤나 오래 갔다.

어느 날 샤워할 때 오랜 만에 안경을 끼게 되었다. 여태까지 샴푸 통 작은 글씨를 제대로 읽은 적이 없었다. 그런데 안경 끼고 샴푸 통을 잘 보니 이건 샴푸가 아니라 린스가 아닌가. 나의 믿음은 순식간에 깨졌다. 전형적인 확증편향인 셈이다. 린스 통과 샴푸 통이 똑같이 생겨서 내 아들도 모르고 나에게 선물한 것 같은데, 문제는 나의 느낌도 나의 믿음을 그대로 따른 것이다. 머리숱도 실제로는 늘어난 것도 아니었지만, 난 늘어났다고 믿고 싶었던 것뿐이었다.

편향을 스스로 벗어나려는 것이 내 공부의 우선이다. 책으로 배운 공부를 다시 삶속에서 반성하고 성찰하는 연습이 그래서 중요하다.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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