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투 선생님께


가투 선생님, 오늘 철학 이야기해도 될까요.

나에게 벌어지는 일들이 많죠.

친구 만나러 갔다가 약속이 취소되어 돌아오기도 하고, 된장찌개 주문했는데 김치찌개가 나오기도 하고, 생각치 못한 사람에서 메일을 받기도 하고, 복권을 샀는데 20만원이 당첨되기도 하고, 회사 일에 김과장과 미팅약속인데 이과장과 일하게 되고, 잘되기도 하고 안 되기도 하고,,,

이런 일들이 내 주변에 벌어지면서 인생을 살아가는 거겠죠. 계획대로 해보려는데 뜻대로 안되기도 하고 의외의 일이 생겨서 계획을 바꾸기도 하고 등등.

이런 모든 연속의 사건들이 원인과 결과처럼 인과의 법칙대로 된다면,, 그럴 일은 없겠지만요. 그렇지만 우리는 일생생활에서 그런 인과의 법칙을 자주 입에 올려요. 불교에서 말하는 인연법이죠.

불교에서 말하는 인연법 즉 연기론은 원인들이 너무 많고 너무 복잡하게 얽혀있어서 그 결과가 나오더라도 그 결과에 대한 원인들을 찾을 수가 없대요.

현세에 일어난 일들과 사건들이 원인으로 되어 나중에 아주 먼 내세에 벌을 받는다거나 복을 받는다거나 말하죠.

일상에서 우리들은 그런 말들을 쉽게 하잖아요. 지금 내가 이렇게 밖에 살지 못하는 것은 필연 전생에 나의 많은 악행으로 그 죄과를 지금 이 현세에서 치르는 건가? 스스로 이런 생각을 아주 자연스럽게 한단 말이죠.

그런데 불교에는 또 다른 법이 있는 거 같아요. 철학말고 종교로서 불교의 핵심은 지금 겪고 있는 나의 번뇌를 어떻게 하면 끊을 수 있을가라는 절실한 실존문제에 있죠.

생각만 해도 그냥 화나고 억울해하고 슬프고 안타까워하고, 그런 화가 머릿속에서 다시 끓어오르고, 반복의 반복을 하는 인생이 얼마나 힘들까요.

그런 번뇌를 끊으려면 “야, 번뇌 가져와 그리고 가위도 가져와,”

그래서 가위로 번뇌를 싹둑 잘라버리면 얼마나 좋으련만,, 그건 불가능. 오히려 번뇌만 더 가중되고 말죠. 번뇌를 끊으려면 바로 이 순간 바로 지금만을 생각하고 행동하면 되는 거라고 불교에서 항상 가르치는데, 또한 저도 이론으로는 잘 아는데 실천이 안 된다는 말이죠.

미래를 염두에 두면 불안하고 과거를 돌아보면 분노가 쌓이니, 현재에 집중하라는 것 아니겠어요. 현재에 집중하는 게 정말 어렵죠.

그래서 전 지금 바로 지금 숨쉬고 있는 호흡에만 집중하려고 많이 시도하죠. 이 방법이 참선하는 제일 방법론이라고, 잘 알려진 거에요.


현재에 집중하는 이론이 하나 있는데, 나에게 일어난 일들 그런 사건들 사이의 인과 관계를 부정하거나 원래 내 주변의 사건들 사이에는 원인과 결과라는 끈이 없는데, 마치 있는 것처럼 허상을 보아 왔었다는 점을 반성하고 고치는 방법이죠.

그러면 오늘의 나의 고통과 번민을 일으킨 과거의 사건들과 오늘의 내 상태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옛날 사건을 탓하여 오늘의 나를 자책하거나 화를 내고 있으니 한심하죠.

인과가 없다는 것만 스스로 알아채도 번뇌, 화가 날 필요가 없어진단 말이죠.

길 걸어가다가 돌부리 걸려 넘어져서 옷이 지저분해져서 괜히 화가 버럭 나는거에요.

그래서 돌부리에 분풀이 하느라고 돌을 걷어차고 돌부리에 욕을 해대며 버럭대지만 원래 돌부리는 나를 넘어트릴 의도도 없었고 그런 의지도 없었으니 당연 내 분노의 원인이 아닌 것 이라는 것을 눈치만 채도 나는 돌부리에 욕질하는 화를 걷을 수 있을 거에요.

돌부리는 돌부리일뿐 나와 아무 인과관계 없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거죠.

우리들 인생사는 사건들의 연속도 마찬가지라고 봐요.

대부분은 지금 내면의 분노와 분란 불안의 원인이 아니거늘, 나는 그런 과거의 사건들, 과거의 나의 행로들을 현재 내 상태의 원인이라고 내 맘대로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거기로부터 번뇌가 생긴단 말이죠. 번뇌와 분노를 끊으려면 과거의 사건들을 오늘의 상태의 원인이라고 내 맘대로 정하지만 않으면 되는 거죠. 인과관계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인과론으로 보는 것이 번뇌의 번뇌죠.

이렇게 불교에서 보는 인과론은 두 가지 모습이죠.

하나는 연기론의 인과이구요,

다른 하나는 인과관계가 아닌데도 인과론 보는 사이비-인과 습성이라는 겁니다.

습성을 눈치채고 휙 버리기만 하면 많은 분노와 번뇌는 줄지 않을가요.

습성을 버리려면 믿음으로 안 되고 먼저 알아채려야 하는 인식이 있어야죠.

이제 저도 이론으로 말고 행동으로 실천해야죠.

종덕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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