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투르의 근대인과 인류학자 - 존재양식1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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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판) 브뤼노 라투르 2023, 『존재양식의 탐구, 근대인의 인류학』 (황장진 번역) 사월의책. 742pp (영어판) Bruno Latour 2013, An Inquiry into Modes of Existence: An Anthropology of the Moderns, Catherine Porter (tr.), Harvard University Press, 2013, 486pp (불어판) Bruno Latour 2012, Enquête sur les modes d'existence: Une anthropologie des Modernes. La Découverte 라투르의 존재양식 1부 1장 (서론 포함) - 해제와 주석 - 최종덕 (독립학자, philonatu.com) ① 라투르(Bruno Latour, 1947-2022)의 책, 『존재양식의 탐구』 영어판이 출간되고 10년 만에 한글판(2023)이 나왔다. 영어판을 힘들게 읽다가 한글판이 나오니 독서가 아주 수월해졌다. 어려운 라투르 독서를 위해 출간된 해설서가 다수 있을 정도다.(Gerard de Vries, Bruno Latour. polity 2016) 각종 해설서의 도움을 받아 나도 비슷한 해설과 주석을 달아보려고 시도했다. ② 『존재양식의 탐구』 은 전체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서론에서 6장까지) 원고를 나의 홈페이지 <필로나투>philonatu.com에 먼저 싣고 나머지 2부와 3부는 원고가 다듬어지는 대로 추후에 올릴 예정이다. <해설과 주석> 작업이 원래 더 오래 걸릴 일이었는데, 한글판 출간 덕분에 좀 더 빠르게 진행될 수 있었다. 나의 <해설과 주석>은 전적으로 한 권의 책, 『존재양식의 탐구』 만을 위한 것이다. ③ 이 책 1장에서 16장까지 각 장 별로 해제 원고를 차례로 올리기는 하지만, 각 장의 내용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 이 책의 특성 때문에 개별 장을 따로 읽기가 힘들 수 있다. ④ 한글판 번역자에게 감사드린다. 전체적으로 훌륭한 번역이지만, 몇몇 용어 번역에 코멘트를 달거나 영어판 쪽수를 그대로 따른 것도 많다. ⑤ 인용 출처는 괄호 안 쪽수 (123)로만 표기했는데 영어판 출처는 숫자 앞에 * 표시(*124)를 했다. 존재양식 서론 해제 근대인이란 1. 근대화와 생태화는 서로에게 대립된 특성을 갖는 존재양식이다. 문제는 근대화와 생태화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위기 혹은 기회에 놓여있다고 라투르(Bruno Latour)는 말한다.(29) 2. 근대의 의미는 생태화에 반대되고 배중률적 의미를 갖는 상징개념으로 사용한다. 3. 근대인은 과학과 정치가 근본적으로 구별되어야 한다는 분절된 의식에 사로잡혀 있다. 4. 근대인은 자연과 사회, 사실과 가치가 분명하게 구분될 것이라는 이분법적 입장을 고수한다. 5. 비합리주의를 배격하면서 계몽을 찾아간다고 하지만 정작 실재의 모습을 놓치고 있다.(29-30) 존재양식 1. 단일하고 유일하다는 플라톤 존재론에서 벗어나 다양하고 다수적이며 상호 생태의 존재이며 서로에게 소통가능한 존재의 모습이다. 존재론과 인식론이 합쳐진 구조에서 존재의 양상과 존재의 실재가 하나의 몸체를 나타낸다. 2. 라투르 고유의 형이상학으로서, 깊은 존재론과 관련되어 있다.(44) 3. 현장에서 드러나는 사건을 이론적으로 포괄하는 메타언어 즉 철학을 통해 존재양식의 탐구가 가능하다.(47) 4. 존재양식을 직접 설명하기 쉽지 않지만, 본문을 읽어가면서 1장 중간 쯤가면 벌써 조금씩 이해된다. 경제와 생태 1. economy 와 ecology는 oikos 라는 친숙한 거주지의 두 가지 형태였으나, 2. 근대 이후 경제의 땅은 거주불가능하게 되었다. 근대인은 경제의 땅 안으로 이주하도록 강제되고 있다. 3. 생태의 땅은 아직 우리를 위해 준비되어 있지 않다. 지금은 '생태'의 땅이 지속가능하다는 명분으로 팔렸지만 아직 경제의 땅만큼 실체가 없다는 뜻이다.(49) 4. 근대인은 경제라는 디스토피아와 생태라는 유토피아 사이를 떠돌고 있는 무리다.(50) 5. 생태 유토피아를 라투르는 가이아로 은유한다. 주변에 눈을 뜬 일부의 근대인이 지금의 근대라는 인류학적 땅을 탈출하여 살고 싶은 곳을 찾고 있는데 그런 땅이 가이아이다. 그러나 '약속의 땅'이라고 변함없는 땅은 아니라고 라투르는 말한다.(49) (방법론적 태도로서) 외교적diplomatic이란 1. 근대인이 자랑하는 합리주의에 대한 대안을 찾아가는 방법이다.(28) 2. 자기와 타자 간의 경계를 재협상하여 새로운 공역을 찾아가는 과정이다.(41) 3. 어둠속에서 길을 찾아가는 섬세한 탐험이다.(41) 4. 엄격한 근대인에게 배신자라는 비난이나 낙인에 굴하지 않는 중요한 위상이다. 5. 외교란 사건들 사이의 연관성을 찾아가는 과정이며, 다양하고 다수의 존재양식들 사이의 연결을 파악하는 노력이다. 6. 구체적으로 말해서 개별 영역(예를 들어 과학이나 법이나 종교와 같은 유형)에서 자신의 이론이 이론 외적 요소들과의 불연속성을 연속성으로 변화(<통과>)시키려는 연결작용의 행동이다. 7. 그래서 관찰자 즉 인류학자는 외교의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81) 1장 해제: 무엇을 탐구할 것인가: 연결망 회복하기, 불연속과 공백을 받아들이는 방법 인류학자와 정보원 1. 이 책에서 인류학자란 인류학자의 관심과 관점을 갖으면서 동시에 철학적 파악을 시도하는 포괄적 관찰행위자이며 동시에 피관찰자로부터 행위를 부여받는 양방향 수행 존재자를 유비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2. 인류학자가 마치 남태평양 군도에서 원주민에 대한 현장연구를 하듯이 근대인을 대상으로 현장연구하는 태도라는 점에서 라투르는 인류학자라는 표현을 썼다. 3. 구체적으로 인류학자는 이 세상 오늘에 사는 사람들 특히 근대인의 영역 즉 독자적으로 이해되었던 영토들의 경계선이 얼마나 불분명하고 자기아집에 빠져있는지를 주의깊게 관찰한다. 단순히 관망하는 관찰이 아니라 참여하는 관찰로서 사물과 세계의 연결관계를 협상적이면서도 아주 세밀하고 섬세하게 접근한다는 점에서 라투르는 인류학자를 여성명사 "she"로 사용하고 있다. 인류학자를 여성명사로 일컫는 것은 라투르 작품 Science in Action(1988)에서 비롯되었다. 4. 정보원informants이란 이 세상 해당 영토에 사는 사람들의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을 말한다. 원시문화 형태의 거주지 관찰연구를 하는 문화인류학자들이 해당 원주민들로부터 관련 정보를 얻게 되는데 그런 정보를 전해주는 원주민이 곧 정보원이 된다. -------------- 가로지르기 -------------- 1. 인류학자는 법, 정치, 과학, 종교, 경제 등 각각의 영역이 고유한 동일성 영역으로 분리-경계지워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 얽혀있음을 알게 된다. 경계선이라는 것이 동질적인 두 가지 집합을 나누는 구분선이라기보다는 이질적인 요소들 간의 경계를 가로지르는 통행crossborder traffic의 접촉면이다.(57) 2. 가로지르기의 예로서 과학실험실의 상황을 보자. 과학실험실에서 신약제조에 관여된 미생물 배양을 하는 어느 생물학자는 실험행위만 하는 것이 아니라 특허문제로 변호사와 상담하고 윤리문제로 목사와 상의하며 현미경 수리를 하러온 기술자와 협의하며 단백질 분석장비 구입을 위해 산학협력단 회계사와 상의하고 지방정부 보조금을 더 많이 얻기 위하여 부시장과 논의하기도 하며 향후 생물학적 발견물 관련 벤쳐 기업 투자자들의 방문을 받기도 한다. 이런 행위들은 과학 외적인 요소로 배제되는 것이 아니라 과학 안에 외부의 법과 경제, 정치와 종교가 이미 다 들어와 연결되어 있음을 관찰할 수 있다.(58) 실제 영역은 연결망뿐이다. --------------------------------------- 민족학자(민족지 연구자)의 개념과 의미 --------------------------------------- 1. 새로운 것(영역)을 탐험하게 되는 시험trial의 시도자들(63)이 민족학자의 의미다. 여기서 시험이라는 개념은 영역간 벽을 허무려는 시도를 말한다. 2. 정보원(원주민, 현장 노동자 혹은 실험실 연구자, 해당 영역을 수행하는 실무자 그리고 그런 장치를 사용하는 일상 사용자)들에게 익숙한 것이지만 관찰하면서 놀라움으로 얻게 되는 그런 경험을 하는 자. 물론 어떤 상황에서는 정보원도 놀라는 예기치 못한 일들이 벌어진다. 이런 의외의 요소들을 추가하며 존재의 연결망은 더욱 풍부해지고 복잡하고 확장된다. ----------------------------------- 존재양식은 새로운 표현 코드 [***] ------------------------------------ 1. 이 책 전반에 걸쳐 기존 관습의 이름으로 표현할 수 없이 특수한 의미를 갖는 존재양식을 연결망의 존재양식[NET]처럼 알파벳 철자 3개로 된 코드로 표현된다. 2. 1부에서 10개의 존재양식 [***]이 소개될 것이다. -------------- 연결망이란 -------------- 1. 서로 다른 범주들 사이의 경계가 있어도 연결되는 네트워크의 관계성을 갖는다. 연결망 안에서 개별 존재자의 경계는 분절되는 구획이 아니라 연결과 소통을 위한 통로crossborder traffic이다. 라투르는 연결망을 다음의 비유로 설명한다. ①하수도 연결망이나 케이블 연결망처럼 구체적인 비유로 설명가능하다. ②인터넷망과 인터넷정보가 다르듯이 또는 이동되고 있는 것과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것을 혼동하지 않으면서(송유관이 휘발유로 만들어지지 않듯) 연결망 자체의 연결성이 있다. ③연결망의 연결력은 연속적이다. (송유관이 누출되면 운영자는 벨브를 닫아야 한다) 2. 이질적인 것을 결합하는 것이며, 경계선에 제한되지 않는다. 3. 경험적 조사연구와 그 방법론, 즉 관찰과 관심의 태도가 연결망에서 가장 중요하다 4. 통과할 수 없을 것 같은 경계도 연결망으로 결합될 수 있다.(73-4) ------------------------------------ 연결망 사례: 연결망의 이중운동double movement ------------------------------------ 1. 인터넷 연결망은 인터넷 기술결과로 탄생한 통신과 그런 통신을 가능하게 한 기술여건과 연관된 자본이나 정책 등의 연결망도 있다.(60) 2. 가스관 연결망은 그런 가스관을 만들기 위해 강철관 제작기술, 철탑기술, 국제조약이나 협력 혹은 갈등조정의 외교, 투자기업유치나 세계 에너지원 동향 등 송유관 자체의 연결망 말고도 전체 연결망도 더 중요하다.(61) 3. 연결망은 요소적 연결망과 기술적 연결망(66)의 이중운동이다. ---------------------------------------- 존재양식(형이상학)으로서 연결망[NET] ---------------------------------------- 1. 이질적 영역 사이의 다양성에 주의를 기울인다면 우리는 다양성 가운데 개별 영역의 특유한 뉴앙스(음조 tonality)의 섬세한 차이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차이의 다양성과 다양한 것마다의 음조를 상실하지 않고 포괄하여 조화하는 것이 연결망이다. 2. 연결망의 이중운동 연결망을 지속적이고 신뢰할 수 있게 하는 가치와 서비스를 공급한다. 3. 기술적 연결망을 깨닫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으며, 정보원들의 이중적 태도란 예를 들어 법적 정보원인 경우 법적이면서도 초법적(예: 법을 짓누르려는 정치권력이나 종교적 신념들, 혹은 법 외 인간관계나 경영상태 등등)인 관계가 공존하는 것을 말한다. 4. 과학자 정보원의 경우 가장 과학적이면서도 가장 비과학적 태도를 보이기도 하고 종교의 정보원인 경우 종교적이면서 가장 불경스럽기도 한 이중적 태도를 보인다는 점을 수긍할 때 연결망의 관계성이 이해될 수 있다. 라투르는 이중적 태도라는 말 대신에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어떤 것"an ineffable “ je ne sais quoi,”의 태도라고 표현한다.(68) ----------------------------------------- 연결망 [NET] 존재양식에서 번역과 통과 ----------------------------------------- 1. 세포배양 실험실의 사례를 보자면, 시간변화에 따른 배양상태를 전혀 다른 수단인 도표로 보여주는 것이 번역의 한 가지 사례이다. 다른 말로 해서 존재자의 전건과 후건을 연결하는 것이 번역이다. (74) 2. 불연속으로 여겨지는 것들을 연속적인 것들로 바꾸어 주는 일, 변형을 포섭하여 더 큰 존재양식으로 접근하는 길을 번역translation이라고 한다. 번역의 연결망을 추적하는 행위를 시험trial 이라고 한다.(74)번역은 불연속적인 것을 연속적으로 바꾸는 일이라고 했는데, 이런 번역은 객체 입장에서 존재자의 동일성이 고정된 것이 아님을 알려준다. 즉 번역은 존재자가 항상 동일성에 있지 않기 때문에 필요한 작업이다. 3. 동일성을 유지하는 대상은 수학같은 순수관념들은 존재론적으로 동일성을 유지한다고 할 수 있지만 현실의 경험세계 혹은 자연세계에서 동일성이 유지되는 법은 없다. 현실 자연의 모습에서 존재론적 혹은 전통 형이상학적 동일성은 없으며 그런 동일성이 정해지지 않는 것을 “불연속성”혹은 “변형” 혹은 “공백”이나 “도약”이라는 용어로 라투르는 설명한다. 4. 또한 그런 불연속성을 연결망 안으로 연결시키려는 것이 번역이다. 오히려 존재의 동일성을 연결시키려면 타자들과의 시험을 통과함으로써 계속 스스로를 변형시켜가야 하는 번역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 과정을 (경유하는 것을) 통과PASS라고 표현한다. ----------------------- 가치와 결합의 배중률 ----------------------- 1. 자기영역의 고유성을 지키기 위해 그러한 고유한 성질의 의미를 강조하는 것이 가치(의 다양성)이다. 가치의 다양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게 되면 다른 영역과의 경계선을 강하게 지키려하게 되고 결국 결합의 다양성을 잃게 된다. 그 역도 마찬가지다. 2. 예를 들어 자기 가치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려고만 하면 과학과 정치는 연결되지 못하고 법과 종교도 별개의 영역으로 남게 된다.(66) -------------------------- 통과PASS 그리고 연결망 -------------------------- 1. 법의 경우, 법조인이 사건을 다룰 때 법 조항을 벗어난 수단과 절차 혹은 여타 주변조건과의 관계상황들에 크게 영향받는 것이 현실의 현상이다. 이런 현상이 법조인에게는 연속적으로 여겨지겠지만 법 밖에 있는 사람에겐 불연속적으로 보인다. 실제로는 법과 여러 수단(절차)이 하나의 유체fluid로 순환되는 연결체이다. 그런 수단(절차)을 연결하여 하나의 체계로 보이기 위해 불연속적 인 것들 사이의 공백을 도약함으로써 연속적으로 보이는 그런 연결법이 있는데, 그렇게 불연속 존재에서 연속적 현상으로 연결하는 과정이 "통과" 개념의 핵심이다.(69-70) 2. 과학의 경우 좀 더 이해하기 쉽다. 효모를 연구하는 과학자는 시간에 효모 변화와 그 변화를 도표로 변형transformation하는 것이나 도표를 특정 수학식으로 변형하는 것 등등의 과정 사이를 연결하는 것이 통과이다. 이런 통과가 과학 외부 사람에게는 불연속으로 보이지만 과학자 자신에게는 연속적이다. 그렇게 연속적으로 파악하는 능력이 과학자의 수행능력이다. 그런 수행능력에는 과학적인 것과 과학적이지 않은 것 사이를 연결하는 행위능력도 포함된다. 3. 불연속으로 보이는 것을 연속으로 바꾸는 통과pass를 거치는 것이 [NET] 연결망 유형의 특징이다. ---------------------------------- 종교 유형에서 나타난 변형과 통과 ---------------------------------- 1. 종교 유형에서는 종교 원론 외에 부수한 외적 요건들 즉 권력, 돈, 교회 규모, 정치적 끈, 신도수 등이 요건들과의 변형이 마치 종교의 연속성으로 통과되는 제도화가 강하게 나타난다. 이런 통과를 이해하지 않고 종교연구는 불가능할 정도다. 2. 종교 외적인 요소들로 종교 자체를 유형화하는 가치의 변동이 일어난다. 예를 들어 종교의 충실성을 종교 외적 요소로 규정하는 경우가 역사에서 자주 나타났다. 거꾸로 말해서 종교 유형은 종교원론과 종교 외적 요소들 사이의 피할 수 없는 행위자-연결망 유형임을 보여준다. 3. 특정 종교 가치와 해당 특정 종교 제도 사이의 복잡성이 교회 역사의 특징이다. 4. 종교 유형의 변형이 다른 유형의 가치를 변경한다. 예를 들어 종교의 작은 오류가 과학의 이해를 어렵게 만들며, 거꾸로 아주 소수이지만 과학의 발달이 종교의 외형이나 원론을 수정해갈 수도 있다.(77-8) 1장 해제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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