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춤을 추다


□ 모시는 글

서강 탈 50을 맞이하여

올해 2023년, 서강민속문화연구회는 50주년을 맞았습니다.
1973년 이훈상 선배의 도전으로 봉산탈춤을 시작했고, 그 이듬해에는 가산오광대를 발굴해서 공연을 하더니
나중에는 강령과 양주별산대까지 놀았습니다.

꿈같은 시절이었습니다.
그렇지만 탈춤반 50년의 역사가 마냥 꿈같지만은 않았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신명나는 장단 속에서도 시대의 소명을 외면하지 않았고, 그랬기에 상처도 있었고, 또 영광도 있었습니다.

이제 그 기억을 찾아갑니다. 일상에 쫓겨 살아왔던 지나온 시간 속에서
탈박의 상처와 신명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까맣게 잊고 살았던 장단과 가락이 내 몸 안에 녹아 있었던 것입니다.

이제 다시 만납니다.
탈춤의 기억이 회상으로 그치지 않고 청명한 기운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탈박의 추억이 복고로 주저앉지 않고 신나는 생명으로 되살아날 것이 분명합니다.

같이 어우러져 신명나게 한판 놀아봅시다!

2023년 9월 9일

서강 탈50 준비위원장 최종덕

Talchum50


□ 축문

danced in Body

유세차(維歲次)

2023년 9월 9일 서강민속문화연구회 50년에 우리네 탈박 일동은
만물을 두루 굽어 살피시는 천지신명께 삼가 고하나이다.

1973년 9월 노고산 언덕 봉산탈에 한삼 휘날리고 채찍 휘두르니
노장네 허장성세 찌트리고 양반네 무소불위 화들짝.

그러던 어언 50년이 흘렀세라. 유세차.
오늘 2023년 50주년 탈박들이 다시 노고산 낮은 언덕에 모였구나.

탈박이 50년 되었소.

서강 탈박들 그 사이 민청과 부문화원에서 광주와 6월의 아픔의 역사를 안고 지금까지 살아왔으니,
장하다. 장하다.

그런 우리 탈박들이 오늘 여기 모였구나.

탈박은 50년 되었소. 그래도 여전히 세상에 부정이 흉흉하니,

모르쇠 귀신, 왕자 귀신, 전쟁 귀신, 친일 귀신, 날리면 귀신, 귀신 중의 상귀신인 남탓 귀신들,
이런 불한당 잡귀는 썩 물러가 구황에 빠질 것이다.

그렇게 해야 우리네 소소한 인생들 편안해 질 것이니,
평안한 일상에 신명나는 생명이 되도록

덩기 덩그덩 오늘 손잡고 신나게 놀아보세.

장사꾼 탈박, 선생질 탈박, 손주랑 놀기 바쁜 탈박, 사업에 실패해도 다시 일어선 탈박,
외국에 사는 탈박, 놀이패 탈박, 농사꾼 탈박, 운동권 탈박, 출판사 탈박, 백수 탈박,
학예사 탈박, 책읽는 탈박, 심호흡하는 탈박, 한의사 탈박에 왈칵 탈박, 몸아픈 탈박과
황토길 먼저간 탈박까지 다 모였으니

모두모두 편한 길 밟아가고 무위청정하도록 하늘과 땅에 기원하오니
탈박만이 아니라 이 세상 사람들 더불어 같이 잘 살게 굽어 살펴 주시옵소서.

천지신명이시어

서강탈50 우리 모두의 마음을 모아 상향(尙饗)

2023년 9월 9일

탈50준비위원장 최종덕



□ 넷째 목중(최종덕) 창작 불림소리 (3목 중 마지막 등장)

노고산 상수리 뿌리는 탈박의 정령이요.

로타리 일미집 주전자는 풍류객의 충혼이니.

백낙천이 따로 없고 소동파가 그대이니.

어언 50년 세월이 흘렀건데,

군인 대신 검찰이 횡행하여

말만 번듯 수양산에 아사하고

거짓수에 염라대왕 못달래니

춘풍새우 두견성에 억울한 혼백 살려주려

신명을 일으키랴

나도 본시 팔도강산 한량으로

이러한 좋은 풍악소리 반겨듣고

아니 놀 수 없거든…

봉제사연후에 접빈객이요, 수인사연후에 대천명이라 하였으니,

수인사 한마디 들어가오…

백수한산 심불로

(춤춘다)



탈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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