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없다

문화가 없다


원주투데이 2005.01.10

최종덕 상지대 철학교수

오래 전 시립박물관을 지을 때 최규하 전대통령 생가복원을 같은 땅에 짓는다고 해서 말들이 많았다. 시민단체 모두의 힘을 합쳐 반대한 끝에 생가복원을 어렵사리 막고서, 그 자리에 겨우 전통 한옥을 지었다.

또한 현대의 박물관 기획은 전시공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교육 및 체험 공간을 포함한 생활 공동체를 구현하는 살아있는 종합문화공간으로 만들어 지고 있는 반면에, 우리 원주시립박물관은 달랑 전시공간만을 만들고 말았다.

그리고 요즘은 한지테마파크 사업에 대해 말들이 많은 것 같다. 국비와 도비까지 이미 책정된 대형사업을 시에서는 경제적 타산이 맞지 않는다고 스스로 포기한다고 한다. 참으로 희한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문광부에서는 한지문화제를 한국의 문화관광대표 예비축제로 선정했다고 하는데 지자체에서는 한지테마파크사업의 미래 수익구조가 형편없다고 하니, 평가기준을 어디에 두고 그런 모순된 결과를 내놓은 것인지 한 평범한 시민으로서 이해하기 어렵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그러한 희한한 상황은 생활 속의 문화의식이 결여된 채, 권력과 권위가 낳은 결과로만 비춰질 뿐이다.
치악제가 끝나고 난 자리, 그 좋았던 둔치의 잔디가 며칠 사이에 망가지는 현장을 쓸쓸히 지켜보면서 다른 한 켠에서 원주천 보전사업을 한다는 말이 모두 허튼 소리로만 들릴 뿐이다.

군지사 담을 길게 따라 힘차게 뻗어있던 사오십 년 된 그 많던 나무들이 하루 사이에 무참히 베어나가던 그 때, 나는 그날 온 종일 나오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차 없는 거리’ 하나 만들지 못하는 그 마음으로 과연 ‘더불어 함께 사는 행복한 원주’를 만들 수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래도 모두골의 손곡리 전용 예술극장과 노뜰의 후용리 문화공연센터가 만들어졌으니 참으로 다행이었다. 시골의 마을 창고를 개조하여 만든, 작지만 정말 행복한 문화의 숨결이 느껴지는 그런 공간이었다.

문제는 그런 작은 문화공간이 지자체의 주관이 아닌 중앙정부의 지원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지자체의 입장에서 그런 작은 문화공간은 수익성 평가에서 제외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문화 관련 사업이 그런 단면적인 수익성 기준으로서 평가될 수 있다는 생각은 매우 편파적이다.

물론 문화에 대한 경제적 평가를 무시한 낭만적 문화옹호론은 허무할 수 있으므로 문화의 수익성 구조가 중시되어야 한다. 일본은 문화산업의 경제규모가 천억 달러(2002년 기준, 100 billion USD)이며, 이는 자동차 산업규모의 반이며 철강산업규모의 두 배에 해당한다. 미국이나 영국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그 중에서 국제적인 영상매체 산업과 같은 대형프로젝트 말고, 일본 지자체 차원의 작고 소박한 문화실천 단위의 수익구조가 차지하는 비중이 삼분의 일 정도나 된다. 동네방네의 작은 문화의식과 실천운동이 궁극적으로 커다란 문화산업으로 연계된다는 뜻이다.

다른 산업은 몰라도 문화 영역은 전통적이며 아주 작고 지역적인 것이 비로소 세계적인 위상과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의식을 공유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작은 지역문화산업이 곧 세계화의 통로라는 지방문화가치론을 인식하지 못한다면 ‘행복한 원주’는 저 멀리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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