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의 정체성

원주의 정체성


원주투데이 2005.04.11

최종덕 상지대 철학교수

막국수나 닭갈비의 원조는 춘천이란다. 인형극과 마임 그리고 요즘은 미디어 센터 확장과 게임산업단지까지 생긴다고 한다. 그것도 국제적인 차원에서 문화 이벤트를 꾸려가고 있다. 욘사마 열풍은 춘천을 또 하나의 이미지 문화산업도시로 부풀려 놓았다. 문화뿐만이 아니라 생명산업이나 농축산 산업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원주 사람으로서 사촌이 땅 사는데 배 아플 것까지야 없지만, 춘천과 우리 원주의 차이가 무엇인지 엄밀하고 객관적으로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대립각을 세운 정서적인 대응이 아니라 냉철한 합리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러한 춘천의 다양한 문화 이벤트사업이나 산업화 아이템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꽤나 부풀려진 점도 있으나, 작은 규모라도 전국적인 이미지로 전환하고 창출해내는 실현의지가 우리보다 월등히 강하다는 것을 누구나 느낄 수 있다. 세부적으로는 지역대학과 시 공무원의 공조가 긴밀하며, 시민이 제안하는 문화이벤트에 대하여 적극적인 공공 지원이 준비된다는 점이다.
요즘 들어 국제적인 규모로 키워가고 있는 춘천의 인형극이나 마임도 처음에는 몇몇 사람들의 초라한 동호회 수준이었으나, 소수의 주체가 주변의 많은 문화의지를 지닌 사람들을 모아 협동과 공조의 기획과정을 이루어 냈으며, 이제는 시 공무원들이 나서서 지원체계를 준비하는 가속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원주의 정체성을 찾는 논의가 간간이 있어 왔다. 정체성 확보는 개인의 지명도 혹은 지자체만으로 성립할 수 없다. 정체성은 억지춘향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자연히 만들어지거나 자생적으로 만들어지도록 문화적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정체성 만들기의 첫째 기준은 자생적 기반이 마련되어야 하며, 둘째는 시민의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남들이 다 좋다고 하는 것이니 우리가 억지로따라하거나 아니면 중앙정부 시책의 일환으로 하는 것은 우리 정체성으로 되기 어렵다. 이런 조건을 눈여겨본다면 원주시가 추진하는 특화사업이나 시민단체가 추진하는 문화사업의 성공 여부를 대충 짐작할 수 있게 된다.

정체성 찾기는 총론적인 당위성만으로는 불가능하며 각론적인 기존의 자생적 영역을 지속적인 공공지원과 함께 새로운 문화적 이미지로 창출하는 작업을 통해서 이루어질 뿐이다. 원주 의료기기 산업이 충북 오창 단지보다 규모가 크다고 한들, 그에 따라 붙는 문화적 이미지를 창출하지 못한다면 오래 가기 어렵다. 한지문화제 역시 지금처럼 지자체나 문화담당자들의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다면 공공 지원금이 아무리 많다하더라도 원주의 자랑거리로 정착되기가 쉽지 않다.

‘무위당 생명사상’ 혹은 ‘토지’의 문화적 이미지 역시 민초들의 소외되고 거칠어진 삶을 지나친다면, 마냥 고고한 이미지로만 남게 될 것이다. 원주의 정체성은 소수 사람들에 의해 억지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며, 관공서의 정책적 사업만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결코 아님을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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