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당, 당신은 돌아가셨지만

당신은 돌아가셨지만



원주투데이 2005.05.16

최종덕 (상지대 교양학부 교수(철학))

얼마 전 환경관련 토론회에서 농약 중독으로 인한 사망자 통계를 놓고 토론을 벌인 적이 있었다.

나는 농약 중독 사망자 통계수를 농촌에서 다반사로 일어나는 농약의 심각성을 강조한 사례로 들었다.

그런데 어떤 반론자가 나오더니 그 통계 수치는 농약에 의한 순수 중독 사망자 수보다는 농약을 마시고 자살한 사람들의 통계 수치가 대부분이라고 하면서, 나의 주장과 사례의 부적절함을 꽤나 논리적으로 반박하였다. 그래서 나는 당신이 그 말을 참으로 잘했다고 했다.

따지고 보면 우리 농촌의 근본적인 위기는 농약 중독도 심각하지만, 농약 그 자체가 아니라 농협 빚 때문에 농약으로 자살하고, 농사져 봐야 본전도 못 건지는 농정정책의 현실때문에 농약 마시고 죽는 등의 사회적인 문제가 더 본질적인 문제인 것이라고 그 자리에서 말했다.

이름모를 농부병이나 도시인의 급증하는 알레르기성 질병들, 아이들의 아토피 질환이나 비만, 그리고 무수히 많은 각종 성인병 등은 개인적 병리현상으로 그칠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총체적으로 병들어 있음을 증명하는 일이다. 사회적인 병을 모른 체하고 자기 개인만의 건강을 도모하는 일은 결국 우리 시대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질병을 확대하는 결과에 이른다.

웰빙의 열기는 좋으나 건강 보전 방식에도 빈부차가 일어나니, 없는 사람은 더 아프게 되고, 좀 있는 사람은 더 건강해지는 모순 가득한 건강사회학이 이 시대를 풍미한다.

웰빙 먹거리 사업을 하는 모 기업은 일조 원에 가까운 매출액을 자랑하고 있지만, 우리들의 시장바구니에는 비록 농약이 묻어있다 하더라도 여전히 값싼 먹거리를 담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사람답게 잘 살아보자는 구호와 함께 생태주의가 또 하나의 사회적 관심거리가 되었다.

그러나 협동사회를 위한 현실 활동을 무시한 채 나만 잘 살아보자는 자기만의 성곽 안에서 신비화되어가는 생태주의는 진정으로 생명을 무시하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나만의 보전과 나만의 위안은 절대로 생명적일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고대 의학서인 ‘황제내경’은 환경과 신체 사이의 조화가 깨질 때 병이 생긴다고 하며, 동시에 한 사람의 건강은 한 사회의 건강이 유지될 때 비로소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그 책은 의학서이지만 바로 생명의 의미를 잘 알려주는 단서가 된다.

다시 말해서 생명의 뜻은 자연과의 합일성과 함께 사회와의 합일성을 같이 전한다. 사회를 무시한 채 자연과의 합일성만을 말하면 자기만을 위한 고립되고 신비화된 반쪽 생명이며, 자연을 무시한 채 사회와의 합일성만을 말하면 자칫 인위적인 권력구조에 빠질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반쪽의 우려를 현실에서 타개하려고 한 어른이 바로 우리 원주에 계셨으니 그 분은 무위당 장일순 선생이셨다. 이번 주는 원주의 자랑이며 우리들이 이어가야 할 생명사상의 스승 무위당 11주기 기일이 되는 때이다.

당신은 돌아가셨지만 우리들에게 자연과 사회의 보전이라는 두 가지 업보를 두고 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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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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