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투데이 시평 - 한해를 마감하며 |
원주투데이 시평 2005년 한해를 마감하며어느덧 해가 묵었군요. 유난히도 매서운 설풍으로 시작하더니 이 추위를 새해까지 안고 넘어갈 모양이네요. 묵은해라 새해라 그렇게 햇수는 달라지지만 우리 사는 삶이야 달라질게 뭐 있나요. 저기 부론면 아래 남한강 강물은 언제나 그러했듯이 그저 흘러가고 있으며 그 밑의 물고기들도 그저 노니고만 있는데, 사람들일랑 충북이니 경기도라 강원도로 금을 그어 갈라놓고 있군요. 사람 사는 것이 다 그런 모양이에요. 저 역시 그래요. 사람들 만나면 내 자랑 아니면 남 헐뜯기니까요. 웬 놈의 시시비비는 그렇게 많은지, 싸울 것 갖고나 싸워야지요. 어떤 두 사람이 서로 시비를 걸고 한창 싸우고 있더군요. 한 사람은 1천300미터라며 다른 이는 1천700미터라고 기를 쓰고 자기 말이 맞고 네 말은 틀리다며 서로 헐뜯고 싸우고 있더란 말입니다. 그래서 제가 그 싸움에 간섭을 했어요. 아니, 알고 보니 한 사람은 치악산 높이가 1천300미터라고 주장하며, 다른 이는 얼토당토 설악산 높이가 1천700미터가 맞는 말이라고 하는 거에요. 한심한 노릇이죠. 싸울 것을 갖고 싸워야죠, 조금 잘난 체 하면서 그들에게 여차저차 말을 건넸어요. 지금 당신들의 문제는 시비 거리조차 될 수 없는 싸움이요, 싸우기 위한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구요. 실은 저도 이런 싸움을 해봐서 아는데,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싸움은 거의 이런 종류의 싸움이더란 말이에요. 진짜 문제는 지금 싸우고 있는 내가 이런 싸움에 휘말려 있지는 않은지 자기 자신도 잘 모르고 있단 말입니다. 그러니 길지 않은 삶의 노정에서 싸움과 시비, 질시와 노여움, 괜한 기대에 그 허망함들, 접시물 욕심과 접시 깨지는 좌절들이 쌓이니, 우선 이런 내 안의 싸움들을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아요. 올해 많은 일들이 있었지요. 삶의 와류에서 시비 같지 않은 시비 속에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한 것 같아요. 무위당 선생님이 남겨주신 무위의 가르침을 잊고 있었지요. 벽에 걸린 무위당 작품액자 속에 그 가르침을 가두어 놓지 마시고, 그 표구 액자를 과감히 깨어버려야겠어요. 이제 무위의 가르침을 내 마음 속에 다시 표구해서 걸어놔야 할 것 같아요. 까짓 무위당 작품 몇 개 소장하고 있어봐야 무슨 소용이겠어요. 이 해가 넘어가기 전에 버릴 것은 다 버려야겠구요. 무위당 선생님 말씀대로 정말 버릴 수 있어야만 얻을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새해에는 빈 마음으로 시작하는 것이 낫겠지요. 어제 제 아들놈과 눈길을 걸었어요. 길가에 장갑 한 쪽이 떨어져 있는 거에요. 아들아이가 주워 가려기에 제가 얼른 혼냈지요. 남의 것에 욕심내지 말고 그냥 두거라 하고요. 그런데 20미터쯤 더 가다보니 나머지 장갑 한 쪽이 또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겠어요. 그래서 저도 모르게 아들아이에게 아까 그 장갑 어서 다시 주워오라고 하지 않았겠어요. 역시나 초발심을 잊지 않는 일이 삶의 뿌리인거 같아요. 나는 그것도 모르고 한 해 한 해 또 묵은 이 한 해를 보내면서 새해 일랑 뭐나 대단한 것이 올 거라는 쓸데없는 기대만 하고 있었던 거에요. 이번만큼은 욕심과 허망을 버리고 새해를 맞이하고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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