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이라구요? |
2004 시평 : “웰빙이라구요?” 원주사는 즐거움(04년6월호) 웰빙이라구요?(<원주사는 즐거움>에 실린 글) 좀 살만하니까, 놀구 있다구요? 좋죠. 건강하고 오래 살려는데 왠 시비냐구요? 시비 좀 걸어야 되겠어요. 우선 웰비잉이라는 말 자체부터 맘에 들지 않아요. 얼마 전부터 갑자기 ‘잘먹고 잘살자’ 라는 바람이 불더니 그 바람을 타고 웰빙이라는 신조어가 잘나가는 화제 거리로 된 것이었어요. 뭐시기는 살 빼는데 그렇게 좋다더라, 거시기는 정력에 아주 신통하더라. 참 좋아요. 거시기를 먹으면 만병통칩니다. 유기농 파는 가게 매출이 뛰고, 헬스 센터 회원이 갑자기 늘었답니다. 텔레비전 홈쇼핑을 이리저리 둘러 보세요 온통 웰빙 바람타고 장사하느라 정신들 없어요. 몸에 신통하게 좋다는 온갖 민간 비법들이 마치 무병장수의 대한민국을 곧 만들어 낼 것 같은 분위기잖아요. 혹시 웰빙 바람결에 혹세무민의 악취를 얄팍한 자본의 향수로 포장하거나, 삶의 논리가 아닌 죽임의 논리가 숨어 있다는 것을 한번 쯤 생각해 보시지 않으셨는지요? 뭐 거창한 이야기는 아니에요. 자신의 몸이 상하게 된 원인을 스스로가 뻔히 알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 원인을 치료할 생각은 안하고 소문난 특효약, 만병통치의 먹거리만을 찾아 헤매고 있으니 앞뒤가 바뀌어도 한참 바뀐 것 같아 하는 말이에요. 일터에 갈 때 걸어가면 되는 거에요. 찌든 공해의 도심이라면 엘리베이터 타지 말고 걸어 올라가면 되는 거지요. 농약 천지의 풀밭에서 골프공 휘들르고 저녁때 온갖 향락에 빠져 지 몸 지가 상하게 만들어 놓고는, 다음 날 아침 40만 원짜리 정처 없는 보약 드시지 말고, 아예 그런 자본의 놀음을 하지 않으면 되는 거에요. 예뻐지는 것까지는 좋은데 얼굴에다 아예 도포를 해대니 그것도 비싼 거시기 쩨라고 화장품만 찾아서 피부를 학대하니, 카드 거덜나서 마음 졸지요, 숨쉬지 못하는 피부에 트러블 나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랍니다. 지가 먼저 부장 승진하려 남 못 잡아먹어 으르렁거리고 아래 사람 짓누르고 윗사람한테 스트레스 팍팍 받으면서 못할 일, 해선 안 될 일을 억지로 하자니 화병이 생기고 위장장애에 변비가 생기는 거지요. 만병의 근원이라는 말 많이 들으셨을 거에요. 원인은 건드리지도 않고 건드릴 마음도 없으면서 나빠진 결과만을 폼나게 위장해서 좋게 만든들 그게 얼마나 오래 가겠어요. 하기야 그 원인이라는 것이 대부분 유혹과 향락을 제공하는 것이어서 원인 치료가 어려워지는 것이지요. 이 글을 써대는 저부터도 그 유혹이 삼삼하거든요. 그래도 우리는 일상에서부터 조금씩 그 유혹에서 벗어나야 할 것 같아요. 벗어나는 방법을 나름대로 한 번 말해 볼께요. 너무나 간단해요. 오랜 10대조 할머니부터 이미 알던 사실이었지만 아주 새로운 사실이라는 듯이 된장이 좋다고들 요즘 다시 말하고 있네요. 그러면 한번 집에서 된장이나 하다못해 손쉬운 콩나물이라도 직접 해서 밥상에 올려 보세요, 인터넷에 만드는 방법이 자세히 나와 있으니 장독대 없는 좁은 아파트에서도 다 할 수 있어요. 실패해도 스스로 만들어 보았다는 사실에 지도 모르게 생활의 기쁨이 솟아나지요. 좋다는 것을 남이 제공하고 소문에 귀 얇아지고 자본 구조에 휩쓸려 돈이면 다 된다는 생각이라면, 아무리 좋은 음식이나 다 부러워하는 전원주택이나 하늘이 내려준 보약이더라도 내 몸이 결코 좋아진 순 없답니다. 이제 한번 내 몸으로 직접 움직여 보세요. 재봉틀을 직접 돌려 보시고, 분유 대신 엄마 젖을 먹여 보시고, 아파트 베란다 구조 변경하지 마시고 베란다에 화분 크기만한 작은 옹기를 들여 보시고, 철물상에 갈 기회를 자주 가져 보세요. 삶의 큰 변화가 있을 것이 분명한데 단지 엄두를 못 낼 뿐이지요. 자본의 환상을 깨고 엄두를 내보세요. 따지고 보면 시간도 충분히 낼 수 있어요. 인생사는 속도 조절도 할 겸요, 남편들 직장 때문에 바쁘다고 엄살피지만, 나도 남자라서 아는데, 충분히 집안 살림에 시간 낼 수 있다는 것을 잘 알아요. 일요일 오후 베게 싸매고 텔레비전 프로야구에 눈 파고서는 스포츠 했다고 어디 가서 말하지 마시고 주변 공터라도 가서 아이들이랑 배드민턴이라도 한번 쳐보세요. 엄마들도 뜻만 있으면 얼마든지 엄두를 낼 수 있지 않겠어요. 꽃가게에서 잘 키운 화분만 돈 주고 사서 거실에 이쁘게 놔두지 마시고 산에 가서 이름모를 들꽃 씨앗을 받아다가 빈 화분에 뿌려 보세요. 싹이 안 틀 실패 확률이 더 높지만 제 이야기 요점은 소문으로 주어진 웰비잉이 아니라 스스로 찾아가는 일상의 웰비잉이 훨씬 낫다는 말이에요. 덧붙여서 괜한 신경질이나 꿍한 마음 엉겨 놓지 마시고 욕심을 더도 말고 10%만 줄여서 부드럽게 나와 남을 대하면 특효약이나 별난 먹거리가 아니라도 절로 몸이 좋아진다는 거, 사실은 누구나 아는 비밀이지요. 그래서 웰비잉은 우리네 일상에 이미 다 있었던 거랍니다. 최종덕 (봉산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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