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과학인가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정례 특강
2004년11월3일
보건대학원 시청각실

무엇이 과학인가



1. 무엇이 문제인가

오늘날 과학의 잣대는 가장 강력한 사회구성력을 보여준다. 철학적으로는 서구전통의 인식론적 배경이며, 사회적으로는 기술과 산업사회의 지식근거이며, 경제적으로는 자본의 쏠림을 유도하는 나침반이기도 하다. 문화적으로는 일상판단의 기준이기도 하다. 쉽게 말해서 과학과 비과학의 구획이 곧바로 좋음과 나쁨의 구획으로 정착되어간다는 점이다. 우리는 비과학을 옹호할 수 없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과학이 정말 과학의 전부인지를 따져보아야 한다.

이 자리에서는 과학 자체에 대한 정의와 분석보다는 과학적 방법론에 대한 논의가 더 중요하다. 왜냐하면 실천적 문제와 연과하기 때문이다. 과학적 방법론을 말하려면 “과학적” 이라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살피면 된다. 방법론 차원에서 우리가 사용하는 “과학적” 이라는 말은 대체로 다음의 의미를 함의한다. (1)분석적 (2)계량적 (3)검증적 (4)객관적 (5)환원적 (6)귀납논리적 혹은 경험적 (7)현상의 반복/재생에 대한 인식가능성 (8)귀납결과의 연역적 적응성 등이다.

이러한 기존의 방법론에 의존한 과학적이라는 의미는 현실 과학자 집단의 방법론적 제한을 가져온다. 왜냐하면 실증주의 방법론에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제한을 탈피하기 위하여, 좀더 강한 표현으로는 절름발이 과학을 벗어나기 위하여, 토마스 쿤 이후의 역사의존적 과학철학의 길이 제시되기도 했으며, 사회체계와의 상관적 관계를 중시하는 과학사회학이 논의되고 있지만, 오늘은 주로 가설실재론에 근거한 존재론적 접근방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2. 실증주의 과학이 과학의 전부는 아니다

대체적으로 기존의 과학자 집단에서 용인되는 과학적 행위의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기존 과학적이라고 하는 탐구내용 혹은 학술행위는 간단히 말해서 결정론적 인과율을 찾아가는 실험실 안의 실험방법론에 국한되어 있거나 아니면 통계적 방법론에 의존한 조사방법론 혹은 과학적이라고 충분히 평가되고 전거된 기존 성과를 귀납적 증거로 하여 새로운 결과를 도출하는 방식이다. 이런 방식 일반을 철학에서는 증거주의 혹은 검증주의 과학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런 방법론에 의존한 과학의 방식을 과학주의라고 통칭하기도 한다. 이같은 과학주의는 이미 발견된 과학적 대상을 정리하는 정당화의 수준에서 멈출 뿐 새로운 발견법적 과학탐구의 길을 제시하지 못한다. 이를 위하여 과학에 대한 존재론적 이해가 필수적이다.

과학에 대한 선입관이 너무나 강하여 과학을 오로지 다양한 자료를 실험하고 측정하고(귀납적 방법론) 어떤 이론으로 일반화시켜 이를 다시 개별 사태에 적용하는 것(연역적 방법론)으로만 생각한다면, 자연 현상이 품고 있는 엄청난 자연의 비밀은 사실 아무 것도 아닌 셈이다. 이런 태도는 전형적인 인간 이성의 오만함을 보여주는 일 일뿐이다. 예를 들어 인삼을 아무리 화학분석해보아도 인삼의 효능이 여전히 밝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양약에서도 그 직접적 효능 외에 그 약리현상이 어떤 부작용을 일으킬지에 대한 인과작용의 관계가 밝혀진 약제는 아주 드물다.

3. 사례

3.1 사례: 징코민 논쟁은 또 하나의 과학성 논쟁 이었다 :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징코민 논쟁을 사례로 보자. 징코민은 독일 제약회사가 동북아 지역 은행잎에서 찾아 낸 획기적인 약리효과의 성분으로 밝혀졌고, 이를 약제하하여 세계적인 상업적 히트 상품이기도 했다. 그런데 올 해 봄 과학학술지로 명성을 얻고 있는 「Science」 지에 징코민 약효에 대한 반박논문이 게재되었다.

그 내용은 간단하다. 징코민의 약효가 있기는 하지만 허브 차 한 잔 마시고 있을 수 있는 효과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징코민의 효과는 허상일 뿐이라는 주장이었다. 이렇게 반론을 제기한 과학자는 물론 징코민에 대한 과학적 성분실험을 수행하고 그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그래서 은행잎의 약제화는 비과학적 현상의 전형이라고 강하게 비난하였다. 그러나 징코민의 제약회사 측은 입장이 달랐다. 우선 상당 수준의 임상 실험을 거쳐 그 약리효과를 입증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치료 진전이 없었던 기존의 화학 성분 약제 복용 환자들에게 부작용이 없는 최대의 약효를 이미 검증했다는 것이다.

이 두 입장을 살펴 볼 때 입장 차이가 분명해진다. 한 쪽은 화학적 성분실험의 결과 징코민 성분이 혈액순환에 관한 그 어떤 인과 작용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주장이다. 반면 옹호론자들은 그것의 화학성분이 화학구조식으로 인과작용을 밝혀내지 못했다고 해서 인과관계가 없다는 주장은 실험과학의 지나친 횡포이며 또한 아주 좁은 의미의 실험태도라고 항변한다. 최소한 임상의 측면에서 은행잎에서 징코민 성분이 추출되었으며 징코민 성분은 분명히 혈액순환 개선에 도움이 되는 임상효과를 증명했다고 한다. 물론 그 임상결과를 공개했다.

3.2 사례: 아스피린의 과학성 epicausa, side effect 도 effect 다.
프로스타글란딘의 분비억제 기능 보여준 예기치 못했던 좋은 부작용

3.3 사례: EBM (Evidence Based Medicine)의 상황

3.4 사례: 진화의학으로 본 위생 개념

4. 과학은 복잡하고 간접적인 인과율까지 포함해야 한다

결국 기존의 과학적 기준의 협소성을 벗어나 열린 과학을 찾아가야 한다. 과학적 기준을 가시적인 직접 인과율에만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인과율의 범위를 허용해야 한다, 효과가 분명하지만 인과성이 밝혀지지 않을 경우, 비과학과 과학의 구분은 문화적 압력에 의해 변하는 경우가 많다. 효과effects가 있다는 뜻은 비록 인과성이 밝혀져 있지 않더라도 인과성 자체가 없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인과관계를 우회적 인과라고 표현한다.

원인과 결과 사이 혹은 증상과 원인 사이의 직접적 기술이 당장은 어렵다다고 하여도 인과관계는 존재한다. 다만 간접적이고 복잡하여 그 관계를 현재 인간의 인식수준으로는 밝혀내기 어려울 따름이다. 그래서 과학적 인과관계에는 현재 일선과학이 추구하는 직접적 인과성 외에 우회적이고 간접적이며 복잡한 인과관계의 존재를 부정할 수 없다. 그래서 과학적이라는 수사어를 직접적 인과관계의 이론체계에만 적용하는 것은 매우 좁은 의미로 스스로를 제한한 처사에 지나지 않는다. 이 점이 바로 문제로 놓여진 과학성 논쟁에서 빠뜨린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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