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을 협박하는 삼성의 정치자본 |
서평: 국민을 협박하는 삼성의 정치자본 책 : 이종보, 삼성독재, 빨간소금, 2017 독재정권과의 동맹이 상성재벌의 핵심이라는 점은 한국 사람이라면 다 알고 있는 사실일 것이다. 혹은 정확히 알고 있지는 못하더라도 누구나 대충은 그렇게 느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이 오늘날까지 존속한 이유는 재벌기업이 국가경제를 살려줄 것이라는 막연하지만 강력한 기대감에 의해 지지되어 왔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기대감이 지난 정권의 역사를 통해서 기만적으로 조작되고 가공된 허상이었음을 어느 책 한 권을 읽고 깨닫게 되었다. 그 책은 최근에 나온 <삼성독재>(이종보 씀, 빨간소금출판사, 2017)라는 책이다 이 책 초반부에서 일본 제국주의 치하에서도 그러했지만 해방 이후에도 이승만 정권의 절대적 비호 아래 성장한 삼성의 매판자본 형성과정이 잘 그려지고 있다. 당대의 역사적 배경을 통해서 삼성의 자본독재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이 책은 설명하고 있다. 특히 한국전쟁 이후 미국 원조물자 배분과정을 포함한 거의 모든 상거래에서 삼성은 특혜를 받아왔다는 과거사를 조목해야 한다. 박정희 군사정권에서부터 박근혜 빙의정권에 이르기까지 삼성은 탈법, 세습, 불법, 유착, 매판, 독점, 축재, 착취의 범례라들을 수행해 왔다. 요약해서 말하면 부정축재와 매판자본 그리고 독점자본이 삼성의 키워드라는 것을 이 책은 선명하게 증명해주고 있다. 1939년 2백만 평의 땅장사를 시작으로 한 지난 80여 년을 거치면서 일상화된 삼성의 자본권력이 우리의 마음까지를 빼앗아 갔는지를 되돌아 봐야 한다. 이 책은 우리 자신도 혹시 삼성바이러스에 면역되었는지를 반성하게 한다. 저자 이종보는 말한다. “우리는 삼성에 감염되었다” 그리고 “삼성은 우리 사회의 욕망을 표현하는 위대한 신이 되었다”.(9쪽) 이러한 삼성의 막강한 지배력이 산업기술과 통상 기반 경제 영역만이 아니라 일상성의 문화와 지식을 포함한 정치 영역까지 어떻게 확장되었는지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저자는 이런 삼성의 속살을 “정치적 자본가”로 표현하고 있다.(20쪽) 한국에서 피어오른 “정치적 자본가”로서 삼성의 모습은 다음과 같다고 말한다. i) 가족지배 ii) 개발독재 iii) 문어발식 종합상사 iv) 정경유착이다. 이 책은 삼성의 이런 모습들 가운데 정경유착의 역사를 상세히 설명한다. 그 역사는 땅장사를 시작하던 삼성 상회(1938년)의 일제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땅장사는 땅을 구입할 큰 돈을 필요로 한다. 이병철은 조선식산은행으로부터 대출받은 돈으로 2백만 평의 대지주가 된다. 삼성의 출발부터가 매판자본의 시작이었음을 이 책을 통해서 잘 알게 되었다. 해방 이후에는 일제와 미국의 상속자인 이승만의 강건한 방호벽에 힘입어 삼성의 세력은 전국화 되었다. 이승만의 권유로 삼성물산공사라는 이름으로 개명하여 서울로 진출한 삼성은 일제 적산과 미국의 원조물자를 기반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쌓게 되었다. 설탕과 밀가루 그리고 모직 사업으로 50-60년대 이미 한국의 자본을 독점하기 시작했다. 해방 이후 1956년에 이르기까지 한일은행, 조흥은행, 상업은행을 인수하면서 삼성과 정치권력은 한 몸통이 된 경과를 아주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 1959년 이승만 자유당 내각 명단을 이병철이 작성하여 당시 이승만 다음의 정치권력 2인자였던 이기붕에게 전달했다는 이 책의 내용은 정말 충격적이다. 419 혁명과 함께 이승만 정권은 붕괴되었지만 삼성은 살아남게된 경위를 이 책은 소상히 기술했다. 정권은 유한하지만 삼성은 무한한 것인가. 정말 삼성은 위대한 신이었나 보다. 419 혁명은 정치혁명일 뿐 사회경제혁명이 아니기 때문에 삼성은 죽을 수 없다는 기묘한 논리를 삼성은 조작해 내었다. 곧 이어 이뤄진 삼성과 박정희 정권과의 동맹은 한국 근대인의 흉부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1963년 박정희는 재벌 폭리의 상당 금액인 50억 원을 상납 받았다고 이 책은 폭로한다. 그 금액은 당시 정부 예산의 1/15 수준이었다고 하니 오늘의 가치로 따진다면 27조원에 해당한다. 박정희가 갈취하고 또한 재벌이 알아서 기면서 상납한 바로 그 돈이 오늘의 박근혜-최순실 농단의 지하수장고였다는 점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니 더더욱 몸서리가 처진다. 1966년 삼성과 박정희가 공모했던 대규모 밀수사건은 정말 대단한 국가회롱의 사태였다. 그러나 박정희와 삼성의 결탁권력은 이런 사실까지도 잠잠하게 만들어 놓았으니, 한국에서는 삼성보다 무서울 것이 없었다. 경주 최 부자가 설립한 대구대학을 삼성이 인수하고, 삼성은 이를 박정희에게 헌납했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오늘날 박근혜의 이름으로 존속하는 영남대학교가 그것이다. 책을 읽다보니 이런 어마어마한 사태들이 한 두 건이 아니어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박정희는 역사의 심판을 받고 죽었지만, 삼성은 역시 불사의 존재였다. 삼성과 전두환과의 밀월은 더 가관이었다고 이 책은 말한다. 산업경제 전반에서부터 국방산업에까지 미쳤던 그들의 정경유착은 방송매체와 스포츠산업을 포함한 문화산업 전반에 뻗쳤다. 그런 문화 공략전술이 오늘의 정유라를 낳은 것이다. 군부정권이 끝나고 문민정부가 들어선 1990년대에도 삼성은 건재했다. 오히려 삼성의 권력은 ‘글로벌’이라는 미명으로 정당화되고, 과거처럼 독재정권의 눈치조차도 볼 필요 없는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독주가 정착되었다. 이건희의 개인 우상화는 극에 달했는데, 이 책은 그런 우상화의 실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이 부분을 정말 재미나게 읽었다. 책으로 읽기에는 재미났지만, 우리 근대사에서 가장 불행했던 사건들의 연속이었다. 문민정부에서 삼성은 과거 독재정권과 다르게 오히려 정부와 정치를 하대했다는 흥미로운 사실을 이 책에서 알게 되었다. 1995년 김영삼 정부 시절 삼성의 이건희는 “정치는 4류, 관료는 3류, 기업은 2류”라는 노골적인 무시 발언을 한다.(120쪽) 노무현 정부 때에도 마찬가지였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삼성은 악독한 정권에는 아부전략으로, 상대적으로 민주지향의 정권에는 무시전략을 이중적으로 적용하는 야비한 전술을 이어갔다. 이런 전략이 바로 삼성 전략기획의 기초인 것 같다. 이제 이병철과 이건희는 가고, 이재용이 대를 잇고자 기를 쓰고 있다. 3대를 이어 권력을 계승하려는 삼성을 보면 김일성과 김정일에 이어 김정은이 계승한 북한 독재권력과 그대로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 정도가 아니라 실제로 딱 맞다. 삼성 이름만 들어도 숭상하는 유행이 여전하다. 삼성이 개인 기업인데 자식들이 대를 이어 승계하는 게 뭔 대수냐고 항변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삼성은 개인 소유 기업이 아니라 주식회사이며, 개인 투자도 아니고 국민세금을 그럴듯한 방식으로 탈취한 돈으로 꾸려간 기업이다. 상속이 법적으로 가능한 개인재산 부문조차도 상속세를 제대로 낸 것도 아니다. 게다가 계열사 모두를 지배하려는 소유구조를 통해 불법을 일상화하고 있다. 노조를 허용하고 있지 않으니 공공성이란 아예 없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밀수에 친일, 탈세와 횡령으로 점철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벌경제가 국민경제를 살린다는 환상에 빠져 삼성파티를 대신 해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용의 승계시도는 아버지의 승계조건을 그대로 답습하는 오류를 범했다. 이미 잘 알려진 대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통해서 계열사를 피라미드 안으로 가두는 전략을 선택했다. 이재용의 승계를 위한 기초작업은 이미 1996년 그 유명한 삼성애버랜드 전환사채 사건에서 시작했다. 20년에 걸친 승계작업은 전적으로 정권의 인정없인 불가능했다. 책에 나온 이야기를 써본다면,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2015년 합병으로 이재용은 8,549억 원의 이득을 보았지만, 국민연금공단은 1,388억 원을 손해봤다. 그 사라진 돈은 모조리 국민의 세금이다. 이런 방식의 소유구조 조작과 횡포는 삼성에서 누워 죽먹듯 해왔던 일들이었다고 이 책은 밝히고 있다. 다시 말하지만 삼성은 적은 지분으로도 계열사를 통해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소유구조를 항상 유지해 왔다. 삼성은 비서실, 구조조정본부에서 전략기획실과 미래전략실이라는 이름으로 바꿔가면서 계열사 전체의 소유구조를 관장하는 비서조직을 존속시켜 왔다. 최순실 농단 이후 최근 해체되었지만 말이다. 그런 식의 소유구조의 일방적 결정은 과거에도 그랬듯이 정권의 비호 없이는 불가능했다. 결국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의 역사적 배경에는 삼성이 있었다는 것이다. 박근혜는 이재용의 후계 승계를 인정해주고, 그 대가로 이재용은 문화재단 후원 298억 원을 내놓았다. 결국 박근혜는 탄핵으로 끝났지만, 삼성의 내재적 자본독재는 여전하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삼성은 ‘성장논리’와 ‘글로벌경영’, ‘국가경쟁력’과 ‘창조적 파괴’ 등, 교묘한 혼란의 언어를 사용하여 자본독재를 영위하려고 시도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교묘한 언어포장을 벗겨보면 삼성의 속내는 불법과 유착으로 형성한 매판자본을 통하여 부정축재를 누적시켜 자본독점을 안착시켜가는 행위를 숨기는 전략을 발전시키는 데 있다. 냉정하게 삼성을 알아야 한다. 삼성 경제가 국가 경제가 아니라, 국민 경제가 삼성 경제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한국의 경제성장은 정말 대단한 역사였다. 박정희가 경제성장의 주역이라는 둥, 삼성이 있어서 한국경제가 커졌다는 등의 억지는 부정비리의 당사자들과 매판의 역사적 관련자들 그리고 독재권력의 주관자 집단이 노리는 기본전술이다. 한국 경제성장의 대단한 역사는 한국인이 만든 것이지 삼성과 박정희의 것이 아니다. 오히려 삼성과 박정희 관련자들은 한국이라는 유무형의 몸체 가운데 있는 흉부를 그들 마음대로 도려낸 살점을 가지고서 지금까지 존속하고 있다. 대한민국 흉부를 도려낸 후의 서민의 고통을 진정시키기 위해 삼성브랜드의 마취제를 사용했지만 그나마도 마취약이 풀리는 곧 다가올 시간에 그 고통은 더 말할 나위 없이 온 몸에 퍼질 것이다. 삼성이 저지른 위해요소들을 거꾸로 해결해 갈 수 있다면, 그때 우리는 비로소 실질적인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맞이할 수 있다. 이 책 <삼성독재>의 저자 이종보는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면서 책을 마무리했다. 첫째 재벌이 투자를 기피하는 이유는 정부를 길들이려는 의도에 있음을 인지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권유착 목적이 아닌 순수 재투자가 되도록 하는 기업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둘째 재벌기업은 항상 ‘성장논리’와 ‘국가경쟁력’이라는 구호를 도용하여 국민을 협박하기 때문에 정부와 국민은 그런 협박에 밀리지 않고 객관적이고 투명한 기준을 제시하면 된다. 셋째 이 책이 많은 부분을 할애하여 서술했듯이 정치와 재벌의 유착은 오랜 역사 속에서 매우 강하게 맺어져 있다. 거꾸로 말해서 재벌개혁은 정치개혁없이 불가능하다고 역설한다. 정치개혁을 통해 관습적 정경유착의 끈을 끊을 때 비로소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 한국경제의 환상을 깨야 한다. 삼성이 세계 1위의 기업이라고 자축하는 것은 삼성 그들만의 잔치일 뿐이다. 삼성이 커지면서 빈부격차는 더 커졌고, 사회적 우울증은 급증했고, 국부 반출은 더 많아졌고, 소기업은 더 망가졌으며, 노사관계는 더 나빠졌고, 청년실업은 더 늘어가기만 했다. 그런 직접적 인과관계는 아직 명료하지 않지만, 그 상관관계는 분명하다. 부자가 권력을 잡으면 서민들도 부자가 흘린 국물이라도 더 먹을 수 있을 것이라는 낙수효과때문에 우리 국민은 이명박이나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들어 놓았고 삼성과 같은 재벌들에게 제공한 막대한 불법적 혜택에 대해 눈감고 있었다. 이제 낙수효과의 허상을 깨고 나와야 한다는 것을 이 책을 읽고 실감나게 느꼈다. 어려운 전문용어나 에둘러 돌려치는 말도 쓰지 않은 책이라서 술술 읽히면서도 진짜 공감을 주니, 한번 읽어볼 만하다. 이번 여름에 읽은 이 책은 무더위를 식히지는 못할지언정 잠시 잊을 수 있을 정도로 몰입을 시켜준 좋은 책이었다. 강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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