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여 한반도 현대사의 전철을 밟지 마시라 |
2004년 11월 10일 이라크여, 한반도 현대사의 전철을 밟지 마시라 9월 이후 이라크의 팔루자, 나자프, 사드르, 사무라, 라마디 등 수니파의 거점 도시는 이라크 저항세력에게 넘어간 상태고, 모술, 키르쿠크 등의 북부 쿠르드족 도시에서마저도 저항 반격이 거세지고 있으며 더군다나 후세인 정권의 가장 큰 피해를 본 남부 시아파 지역에서도 미국의 세력은 희미해지고 있다. 미국 국내 전문가 그룹조차도 바그다드 침공 이후 최대 위기에 따르는 미군 패배와 동시에 이라크 내전가능성을 강도 높게 예측하고 있다. 미국의 팔루자 점령은 이런 위기의식에서 발로한 그들만의 몸부림이었다. 지난 10월 이아드 알라위 이라크 임시정부 총리는 영국과 미국 그리고 유엔등을 방문하여 온갖 아양을 다 떨었다. 내년 1월에 치러질 국민자유선거에서 결정적 지위를 확보하기 위함이다. 알라위가 미국에 요청한 내용의 핵심은 이라크의 외채 탕감과 새로 구성되는 “이라크방위군” 지원에 관한 것이다. 외채 탕감 요청에 대하여 부시는 확답을 안 하고 있다. 대량살상무기의 존재가 이미 허구로 드러난 상황을 타개하려는 부시의 이라크 재건 약속조차도 부시의 재당선과 함께 흐지부지해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반면 국가방위군 지원과 친미 정권 수립에 대하여는 적극적이다. 역사적 불행은 여기에 있다. 전 바스당 소속이며 CIA 인물이었다고 알려진 알라위 총리는 당연히 국민들로부터 친미 허수아비로 인식되고 있다. 알라위와 미국이 합작하는 방위군 조직은 알라위를 지지하는 세력과 유급 외국용병들,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사담 후세인 시절의 경비대 소속 군인들로 구성되고 있다. 이 사실은 국민의 전반적인 지원을 받는 저항군과는 전혀 다른 성격이며 국민의 뜻과 어긋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의도는 선거 이후 알라위 정권의 권력 독식과 동시에 미국의 석유시장 확보를 위한 친미 정권 수립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이라크 국민들은 생각하고 있다. 사실 이런 정치적 절차는 대부분의 제국주의 국가가 행하는 분리주의 기본전략의 일환일 뿐이다. 내년 초 이라크 선거는 단순히 새로운 정권 창출만이 아니라 이라크인 전체의 자존심과 직결되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현재 이라크 국민들은 과연 그 선거가 자유선거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을 품고 있다. 첫째 저항군이 지배하는 도시 거주자들이 자유롭게 투표할 수 있을 지를 걱정하고 있다. 둘째 아랍인과 쿠르드족 사이의 불화를 조장함으로써 미국의 이익을 챙긴다는 미국의 분리주의 정책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셋째 대부분의 국민들로부터 심정적 지원을 받는 저항세력과 새로이 구성되는 친미 정치세력 사이의 갈등이 점점 세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로 그들 간의 내전이 점쳐지고 있다. 치고 빠지는 미국의 정치적 수순에 짓밟혀가는 그네들의 분리된 마음들은 점점 더 화해하기 어려운 깊은 상처를 받고 있다. 이라크만이 아니라, 바로 우리의 현대사를 보면 그러한 분리주의의 피해가 아직도 깊은 골을 세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미국을 등에 업은 이승만 정권의 조작된 좌우 분리가 결국은 우리 내부의 전쟁을 낳았으며 일제를 청산하기는커녕 일제의 인물이 그대로 해방 이후의 사회구조를 독식해가면서 오늘날까지 허구적인 색깔 논쟁과 일제 잔존의 세력 판도가 기세를 부리는 답답한 세상이 되었다. 그러니 국가보안법 폐지와 과거사 진상규명이 제대로 안 되는 것도 당연하다. 그래서 오늘의 이라크는 해방 전후의 한국을 보는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대파병을 강행하는 한국 정부는 분리주의 전략의 피해자였던 우리의 과거 모습을 이라크에서 다시 반복하려는 역사의 악순환에 일조하고 있다. 지난 4월 이후 불과 다섯 달 동안 천 명 이상의 이라크 시민들이 분리주의 악령에 죽어갔다. 사실 아랍권 뉴스에 의하면 - 물론 미국의 입장에서 비공개적인 자료로는 - 10만명의 이라크 양민의 죽음이 있었다고 전한다. 더 이상 지구상에서 분리주의의 재현이 있을 수 없다. 이라크 국민들이여, 한반도의 역사적 슬픔을 반복하지 마시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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