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와 이성의 이중주

“신화의 가치와 활용” 세미나 논평문2009년6월1일

❐주 제 : 신화의 가치와 활용

▪사회자 : 공제욱(상지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발 표
 1. 주제 : 신화의 가치와 활용 홍 성 태 (상지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
 2. 주제 : 그리스 신화와 활용 유 재 원 (한국외국어대학교 그리스-발칸어과 교수 )
 3. 주제 : 여신신화의 재발견과 활용 김 봉 준 ( 화가, 오랜미래신화미술관장  )
토 론
 토론 :  최 종 덕 (상지대학교 교양과 교수) , 임 상 오 (상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토론문 : 신화와 이성의 이중주 (최종덕)


현대문명사회의 부작용들은 이미 전지구 곳곳에서 폭발하고 있다. 문명사회의 부작용을 크게 보면 환경위기와 인간위기로 나눌 수 있다. 환경위기는 기후변화나 오존층 파괴 등, 아주 구체적으로 현실화되고 있다. 인간위기는 너무 깊어 그곳으로부터 헤쳐 나올 수 없는 소외의 늪이다. 유 교수가 말한 권태의 원천이기도 하다. 현대인은 이제 그 위기의 극복을 열심히 떠들고 있다. 그 떠드는 소리가 세상을 진동하지만 여전히 귀먹어리가 대부분이다. 너는 떠들어라 나는 앞으로 간다하면서. 극복은 먼 소리인 듯하다.

그래도 우리는 대안을 찾는다. 대안을 찾기 위해서는 먼저 위기의 원인을 진단해야 한다. 오늘날 위기를 낳게 한 물질기계문명의 세계관을 원인으로 규명하곤 한다. 여기서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는 철학자가 바로 데카르트이다. 데카르트는 당연히 이성ratio의 세계지배를 선포했고 그 성과로 서구사회에서 혁명적 자연과학과 근대기술을 획득하였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것이 곧 자연지배의 원칙이며 나아가 인간원리의 원칙으로 교조화 되었다. 도그마된 이성의 승리는 현대인에게 물질의 풍요로움과 행동의 편리함을 가져다주었지만 앞서 말한 부작용의 결과로 온 위기의 깊이와 폭은 너무나 커서 이성 자체의 존립이 의심받을 지경이 되었다.

이런 문화적 상황을 포괄적으로 말해서 포스트모더니즘의 반성이라고 말한다. 미끄러운 경사길을slippery slope 치닫는 기계이성의 횡포를 막고자 신화의 세계관을 재창조하려는 문화적 시도가 많다. 이러한 오래된 신화의 문명사적 의미를 되살리려는 노력은 신화의 대중화를 지향하기도 한다. 특히 신화는 가장 반신화적인 현대문명의 아지트를 제공하는 디지털 공간과 접속하면서 새로운 물적 가치관으로 재등장하였다. 소위 콘텐츠 산업과의 연계성이다.

그런데 신화는 이성과 모순적이면서도 현실적으로는 공존하는 이중성을 지니고 있다. 다시 말해서 기계이성이 무성한 문명사회일수록 주술과 신화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기계와 디지털이 성장하는 그 속도에 맞추어 주술과 신화도 같이 성장하는 것이 현대문명사회의 주요한 특징이다. 나는 이런 현상을 96년도 논문에서 “신화와 이성의 이중주”라고 표현 한 적이 있었다.

이성을 상징하는 대학가 앞에 가장 많은 점집이 있다. 인터넷사업 중에서 돈을 많이 버는 아이템 중에서 점치는 카페가 앞서 있다. 과학기술이 첨단으로 가고 있지만 과학기술을 지배하는 과학기술자본은 소비자들을 최대한 몽매의 상태를 유지하도록 계몽한다. 계몽과 반계몽이 서로를 속이고 속이는 시대인 것이다. 쉽게 말해서 이성과 주술이 함께하는 세상이라는 것이다. 이성과 신화가 상호 모순이 아니라 공존의 관계라는 사실을 정확히 인정해야만 현대 속에서 신화의 물적 가치를 확장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리니지는 신화적 소재에서 따다온 것이지만 리니지 게이머는 논리적이어야 한다. 그런데 가장 논리적인 두 사람의 게이머가 최종 승부를 가리게 된다면, 더 논리적인 게이머보다 더 일탈적인 게이머가 마지막 승리를 거둘 확률이 높다. 선녀나 관음보살, 저승할망신이나 삼신할미는 일상의 논리적 논리와 다른 일탈의 불연속 신화논리를 갖기 때문에 점쟁이들도 그들을 따라 접신시늉을 한다면 기계문명에 지친 더 많은 손님이 오게 될 것이 분명하다.

그만큼 일탈이라는 신화의 속성은 매우 중요하다. 연속성과 논리성이라는 현대기계문명의 위세가 세면 셀수록 신화의 불연속성이 거세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발기되는 막강한 생명의 잠재력을 갖게 된다. 그래서 신화를 소재로 한 콘텐츠화 영역이 이루어지려면 김화백이 말한 것처럼 개념화된 신화로부터 일상생활 속에 묻어난 비약과 일탈의 신화원형으로, 쉽게 말해서 현대인이 가장 원하는 오늘의 상징으로 재탄생시켜야 한다.

일탈을 꿈꾸는 권태로운 사람들을 위하여 신화는 기계적인 문명이성의 배설구 기능이 아니라 중독된 이성을 해독시키는 그런 신화가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콘텐츠 사업은 따라서 잘 될 것으로 확신한다.

나의 이야기를 줄인다면, 리니지 프로그램이 성공한 이유는 가장 논리적이어야 하는 게임법칙에서 그와 다른 모습의 일탈적 논리를 아주 적절하게 삽입했기 때문이라는 점을 강조하는데 있다.

최종덕씀(2009년6월1일)
세미나:신화의 가치와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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