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주의보다 좌우통합
분리주의보다 좌우통합

9월 13일자 상지대 황신준 교수의 시평을 잘 읽었습니다. '분단국가와 자유민주주의'라는 제목으로 얼마 전 입북하여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어느 목사의 불법 행동을 엄중하게 꾸짖는 내용이었습니다. 자유라고 해서 아무거나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있는 글이었습니다.

필자는 자신의 논지를 이끌기 위해 독일의 헌법보호법의 주무기관인 연방헌법보호청을 사례로 들면서 자칫 해이해지기 쉬운 반공의식을 우리들에게 일깨워 주었습니다. 좋은 내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모델로 삼은 독일 연방헌법보호청이라는 국가기구에 대해서 잘못된 이해를 하고 계시기에 일부 내용에 대해 수정코자 합니다. 필자는 독일 10년간의 경험으로 썼다고 했는데, 저도 역시 오랜 독일 생활 경험이 있어서 시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알릴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시평은 독일 좌파세력을 합법적으로 압박하는 독일 연방헌법보호청 사례를 우리 사회에서 긍정적으로 참고해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자유국가의 상징처럼 여겨진 독일에서조차 우리의 국가정보원 같은 국가기관이 현재 12% 이상의 의석을 갖는 좌파당이나 중도좌파 성향의 사민당을 합법적으로 사찰하고 있으며, 국민들도 이를 지지하고 있다고 썼습니다. 좌파당 척결이 주요업무라는 뉘앙스를 주는 이런 표현은 자칫 독일 연방헌법보호청을 전적으로 오도할 수 있습니다.

1950년대 창설된 독일 연방헌법보호청은 좌파당 사찰이 주요목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일종의 정보부 조직인 연방헌법보호청의 창립정신은 첫째, 구 동구권 좌익 정권 세력 확산을 방어하고 둘째, 나치의 우익민족주의 흔적을 말끔히 지우는 일이었습니다. 구체적인 업무로는 극좌 및 극우 세력의 테러예방 방지이며, 1990년 독일 통일 이후 여러 차례 조직개편이 있었습니다.

연방헌법보호청 자체 홈페이지에 분명히 명시된 그대로 기구 업무를 주요 순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민족주의와 인종주의를 지향하는 우파 극단주의 (2)자본주의 질서를 깨뜨리는 민족주의와 파시즘 성향의 좌파 극단주의 (3)독일 거주 외국인 극단주의 (4)독일 및 세계 안보를 위협하는 이슬람 테러리즘 (5)생명위협의 각종 간첩행위나 국가차원의 사보타지 (6)인륜과 헌법조차 무시하는 사이비종교 사이언톨로지(Scientology) 등에 대한 예방활동입니다.

연방헌법보호청의 이러한 다양한 활동내용을 그냥 흘리고, 그 짧은 시평에서 오직 좌파세력에 대한 사찰이 합법적이라는 표현만을 다섯 차례 이상 사용한다면 독자들에게 오도된 정보가 전해질 것입니다. 창설 직후 적색 테러기구와 쿠르드노동당(PKK)에 대한 해산 명령이 있었지만, 주된 업무는 오히려 우익 신나치의 길거리 테러 예방에 있었습니다.

통일 이후 좌파당 활동을 사찰한 것은 물론 사실입니다. 우리 사회의 극단주의 좌파 비난은 황 교수님의 자유견해이며 저도 일부분 동의합니다. 그러나 그런 주장을 위해 든 독일 연방헌법보호청 사례는 타당한 근거가 아님을 밝히고자 합니다.

좀 사소한 지적이지만 독일 연방헌법보호청의 독일어 표기는 BVS가 아니라 BfV이며, 헌법보호법도 실은 연방헌법이 아니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 헌법입니다. 정확히 말해서 연방헌법보호청은 주정부 헌법보호법이 아니라 연방법 차원에서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헌법보호를 해야 한다는 규정에 근거를 둔 기구입니다.

우리 사회의 자유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황 교수님은 글을 쓰셨습니다. 사회발전을 위한 진정성은 좌파, 우파를 나누는 분리주의보다 좌우 통합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발전을 저해하는 집단은 우파도 좌파도 아니라, 단순한 자기 이익을 위해 좌우 이념을 멋대로 도용하는 사람들일 것입니다.


최종덕 상지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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