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무지쿠스의 본능: 잘 놀자
한철연 엠티 2013 특강

호모무지쿠스의 본능: 잘 놀자



강의록 일부

음악은 춤과 더불어 공동체 지향의 공통 감정을 유발한다. 음악을 들을 때 가끔 생기는 “닭살 현상”은 파토스 공유의 전형적인 현상이다. 어떤 때 음악을 들으면서 심근을 울린다는 표현을 쓸 때가 있다. 생리적으로는 몸에 소름이 돋기도 한다. 그런 경우는 공감도의 느낌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다. 그런 현상을 인지과학에서는 닭살현상이라고 부른다. 최근 인지과학 및 뇌신경과학의 연구보고에 의하면 닭살 현상은 거울 뉴런이라고 하는 신경세포의 독특한 작용의 소산물이다. 거울 뉴런mirror neuron은 상대의 감정과 느낌 그리고 행동과 표현을 자동적으로 모방하게 하는 신경세포를 말한다. 거울신경세포의 존재를 확인한 최근의 신경생리학적 성과는 왜 우리가 윤리적 행동을 하며, 왜 우리가 남을 따라 흉내 내기를 좋아하는지 등 감정공유와 감정이입 및 상호성 관계의 생리학적 근거를 밝혀 주었다.

감정이입의 음악은 몸을 흔들게 만든다. 앞서 말한 닭살 현상은 감정의 공유가 근육의 공유를 만드는 사례이다. 즉 근육을 움직이게 한다는 뜻이다. 나의 느낌이 나의 감정을 자극했다. 감정emotion이란 어원 그대로 몸을 움직이게motive 하는 심리상태이다. 심리적 자극이란 몸의 운동을 일으키는 동기이다. 음악은 그런 느낌을 주는 자극원이고 그런 자극원은 나의 심리적 감정을 움직이게 한다. 즉 음악은 근육유대muscular bonding를 일으킨다. 음악을 들으면서 어깨가 움직이고 다리로는 박자를 맞추게 된다. 인간 몸 자체가 박자를 맞추는 섬세한 감지자sensor이다. 박자 맞추기는 심장 박동에 섭동하는 몸 자체의 한 현상이다. 우리말에 고무鼓舞시킨다라는 말이 있다. 장구소리와 춤을 통해 뭇사람들을 행동하게끔 격려한다는 뜻이다. 그만큼 박자가 있는 소리와 박에 맞춘 춤은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고무는 사람을 황홀감에 빠트리기도 하며 노동생산성을 높이기도 한다. 아기를 재우기도 하며 집단 내 유대감을 높이기도 한다. 전쟁 행군을 유발하기도 하며 사냥의 효율성을 높이기도 한다. 이러한 음악의 기능을 관계성 강화라는 말로 축약할 수 있다.

음악은 느낌과 감정의 공유만이 아니라 느낌 그 자체를 묘사하기도 한다.  천둥소리를 음악으로 묘사하기도 사자와 늑대 소리를 음악으로 만들기도 한다. 나아가 음악은 개인의 사적 영역인 감정을 묘사하는 데 이르렀다. 밤과 야생동물에 대한 무서움을 소리로 표현하고 집단에서 따돌리거나 혼자 먼 길을 나서야만 하는 상황에서 외로움을 노래하기도 한다. 즐거움과 안타까움, 나중에는 그리움을 소리로 표현하기도 한다. 음악은 느낌의 공유로부터 감정 그 자체를 희화하여 되새기는 방식으로 음악을 만들기도 했다. 사적 감정을 음율로 회화하는 것으로부터 본격적인 음악이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공간적 희화가 아니라 시간적 희화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음악이다. 이런 음악은 후일 개인의 사적 감정을 묘사하는 데 사용하게 된다. 자아 감정을 최대한 표현함으로써 자아만족에 이르는 음악의 기능 역시 매우 중요하다.




한국철학사상연구회2013여름수련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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