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 마이클 폴라니, 개인적 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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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 서평 : 마이클 폴라니, 개인적 지식, 출판저널 (2001년8월21일)

서평- 개인적 지식 (M. Polanyi, Personal Knowledge)



지식은 해석이다



『개인적 지식』의 저자인 폴라니는 원래 물리화학자로서 현장과학의 실험이 갖는 의미를 탐구하다가 결국은 철학으로 돌아서면서 인식론과 존재론을 통합하려는 거대한 실험철학을 구성하였다. 베이컨의 귀납철학과 프레게의 연역철학이 묶여진 과학철학과 환원주의의 통일과학이 지배하던 전통적 철학 분위기를 폴라니는 ‘분절된 지식’의 패러다임이라고 불렀다. 이러한 분절된 지식의 오만은 과학을 등에 업고 더 큰 위세를 펼쳤다. 그러나 실증주의 지식론이 얼마나 편협된 인식 범주임을 여실히 보여 준 후기 비트겐슈타인, 화이트헤드와 함께, 경화된 지식론을 비판하는 포괄적인 시도가 바로 폴라니의 후기비판철학post critical philosophy에서 정초 되었다.

폴라니가 과학자 출신이었지만, 그의 후기비판철학의 배경은 문명화된 문화위기론에 근거해 있었다. 여기서 문명화되었다는 뜻은 과학이 사회를 지배하면서 생긴 규범적이고 분절화된 지식의 지나친 횡포를 담고 있다. 그래서 그의 후기비판철학의 초점은 이러한 분절된 지식에 묶여 있는 앎에서부터 존재를 통찰하는 통합적이고 암묵적인 앎을 추구하는데 있었다. 이는 형태발생학적 진화의 존재를 탐구하는 여정에서 이루어진다고 했다. 형태발생학적 존재는 전통적인 의미의 고정불변하고 완성된 실체로서의 존재가 아니며, 새로운 창발적 존재의 미래를 현재 안에 머금고 있는 그런 생물학적 존재를 함의한다.

분절적 지식은 여태까지 객관성과 엄밀성, 보편성이라는 가치를 향유하며 절대 지식으로 행사해 왔음을 폴라니는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그런 분절된 지식이 아니라 사적 지식personal knowledge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여기서 사적 지식이란 주관적이거나 예술적인 감각의 지식을 말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사적 지식이란 우리가 지식을 수용하는 태도 혹은 관점이 문화적 패러다임을 구성하는 지식의 거미줄 안에서 형성된다는 것을 내포한다. 그래서 사적 지식은 앎에 이르는 규범화된 통로를 부정할 뿐이며, 충분히 객관적이며 과학적 지식이 될 수 있다. 사적 지식이란 공적 지식의 반대어이지만, 그 공적 지식이라는 것도 사실을 알고 보면 문화적 패러다임이 규범화한 텍스트의 해답집일뿐이다. 앎에 이르기 위해서는 먼저 해답에 이르기까지의 다양한 전단계 지식문화의 통로들이 필요하다. 이러한 지식의 통로들을 폴라니는 사적이라고 표현한 것이지, 결코 주관적이라는 뜻이 아니다.

당시의 사유를 뛰어넘는 대작임이 분명한 폴라니의 『개인적 지식』이 이제나마 번역되어 우리말로 읽게 되어 정말 반가웠다. 그런데 이 번역서를 읽어내기가 쉽지 않았다. 예를 들어 철학을 전공하는 박사과정에 있지만 폴라니에 대해서 문외한인 사람에게 이 번역서를 읽힌다고 하자. 그럴 경우 폴라니의 의도가 이 책을 통해서는 전달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4부의 번역은 좋지만, 1부와 2부는 영어문장을 그 어순까지 그대로 번역을 해놓은 부분들이 많아서 정말 그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나도 번역을 할 때 내가 잘 모르는 부분은 직역을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이해가 가기는 한다. 번역이 새로운 창조작업이라는 것은 번역자도 이미 잘 알 터인데, 폴라니의 말처럼 해석이 안된 번역이 많은 것이 이 번역서의 흠이다. 이 책을 더 잘 이해하려는 독자는 다음의 문헌을 보면 된다. 폴라니의 주석서인 Richard Gelwick 의 『The way of discovery』 와 온라인 상의 www.sveiby.com.au/Polanyi.html 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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