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건설분위기를

<서울경제> 2021년 10월 27일 인터넷 기사에 <새 원전 급한 英 "소비자와 건설비 분담"> 이라는 제호의 기사가 올라왔다. 이 기사는 전적으로 해당 매체의 편향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 기사는 영국 일간 가디언과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랐다고 한다. 그래서 해당되는 기사 원문을 찾아봤다. 가디언 기사는 서울경제가 올린 기사의 맥락과 행간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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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정리>

1. 영국 투자 대안인 규제자산 모델RAB에 대한 설명을 의도적으로 빼놓고 있다.

2. 단점을 숨긴 채 시민에게 이로운 점만을 부각시켜 영국 핵발전 건설사업을 과대포장하고 있다.

3. 해상풍력발전을 과소평가함으로써 원자력발전소 건설 분위기를 높이려는 의도가 지나칠 정도로 드러난다.

4. 주변 대세론을 조장함으로써 한국의 원전 건설붐을 조성하려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하려는 의도가 드러나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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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핵발전 건설을 강하게 옹호하는 편향된 기사이다. 우선 제호에서부터 원문 기사의 방향과 다르다. 원전 건설이 급하다는 기사는 원문기사의 맥락과 다르며, “소비자와 건설비 분담”이라는 내용도 그런 내용을 담고 있는 규제자산모델(RAB; Regulated Asset Base)에 대한 일방적인 설명일 뿐이다.

원문 기사의 핵심은 200억 파운드 규모의 영국시즈웰C 원자력발전소 신규건설프로젝트에서 중국원자력공사 CGN의 입김을 어떻게 하면 축소할 수 있느냐라는 문제에 있다. 중국원자력공사 CGN기업은 이미 시즈웰 사업의 20% 주식을 갖고 있는 대주주이다. 한때 도시바, 히타치 그리고 캐나다 웨스팅하우스(한국의 한전도 관여된 적 있었다)들이 영국 신규건설사업의 사업성 미흡으로 줄줄이 포기할 당시 중국원자력공사가 나서서 투자하여 현재의 지분을 갖게 된 것이다.

그래서 CGN의 발언권이 무시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영국은 미국의 압력을 받고 있어 캐나다와 미국 연합 기업에게 자리를 양보해야 할 상황인 듯하다. 중국에게 영국 원전 기술정보가 넘어가면 안 된다는 미국의 강한 의지를 영국은 무시할 수도 없고, 건설비가 막대한 조건에서 건설비용을 영국정부가 혼자 떠맡기도 어려운 상황이기도 하다.

이런 조건에서 영국 정부는 원자력건설이나 대형 사회기반시설 건설비를 감당할 수 있는 대안을 10여 년 전부터 마련했는데 그 대안이 바로 이 기사에서 많이 다룬 규제자산모델RAB이다. 이 매체 기사는 규제자산 모델을 일방적으로 설명했기 때문에 필자는 규제자산 모델에 대한 공정한 설명을 먼저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RAB 모델은 다음처럼 정의된다. 주로 정부주도 독점 기반 시설 프로젝트에 적용하기 위한 것으로 고안되었으며, 대형건설사업에 참여하는 민간사업자에게 안전한 투자 회수 및 투자 수익을 보장하는 제도이다. 이런 제도를 통해 공공사업에 대한 민간 투자를 장려하려는 기획이다.

이를 주도한 부서인 통상-에너지-산업전략부에서 발행한 RAB 보고서에 따르면 RAB는 (a) 정부지원패키지 투자사업에 도입되며, (b) 투자자와 소비자가 비용과 위험을 공정하게 분담하는 시스템이라고 설명되고 있다.
(Department for Business, Energy & Industrial Strategy, RAB Model for Nuclear. OGL. 2020)

정부가 민간사업자에게 투자비용을 보전해주려면 개발위험을 최종 사업소비자인 시민들에게 분담시켜야 한다. 물론 개발이익이 생길 때 시민들에게 그 이익을 공유한다는 약속도 포함한다. 그런데 사업규모가 커서 웬만한 기업들도 참여를 꺼리게 만든 원자력사업이나 대규모 기반시설 사업은 공자비와 더불어 공사기간이 길어서 시민에게 돌아갈 몫은 이익보다 손해분담이 크다는 점을 영국인 대부분 인지하고 있다.

서울경제의 해당 기사 제호가 그렇듯이 소비자와 건설비를 부담하여 전기료 고지서에 청구액이 소액으로 될 것이라는 기사 문구는 기자의 전형적인 편향성을 잘 보여준다.

초기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기업은 초과 개발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기 요금을 통해 더 부과할 수 있다는 점을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해당 매체 기자가 모를 리 없기 때문에 편향이라고 말했다.

RAB 개발사업의 사례를 들어보자. 사업규모 42억 파운드의 테임즈 하수도 터널프로젝트( Thames Tideway Tunnel)이다. 총 길이 21 킬로미터(15마일)에 이르는 하수 시스템은 19세기 빅토리아 시대부터 런던시 하수처리 사회기반이었다. 이 하수시스템의 목적은 오염 하수가 범람하여 강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을 방지하려는 데 있다. 오래되어 낡은 기반을 다시 개발하는 대형사업은 2016년에 착공하여 2023년 완공 예정이다. 그런데 벌써 비용이 초과하여 이미 런던 시민이 초과된 지출을 세금형식으로 떠맡고 있는 형편이다.

발생될 이익이 시민에게 공유된다는 점이 이론적으로 맞지만, 현실적으로는 발생된 손해가 시민들에게 분담될 우려가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정이 조달되어 원자력발전이 건설되어 이익이 돌아온다고 해도 그 이익은 내 세대가 아니라 다음 세대에 돌아가게 된다.

이 지점에서 이 글을 읽으시는 성격좋은 사람들은 장기적 관점에서 RAB 시스템이 긍정적이라고 언틋 볼 수 있다. 그럴려면 더 장기적 경제관으로 봐야 한다. 다음 다음 세대로 가면 다음 세대에 완공될 시즈웰 원자력발전소(2028년 완공계획)는 그 다음 다음 세대로 가면 노후발전소 해체비용, 즉 만년 십만년 공분담해야 할 정도로 상상초월의 고비용이 후대 시민들에게 부담된다는 점이다.

영국정부는 RAB 조건을 완화해서라도 개발참여의사가 있는 프랑스 기업 EDF이 투자하도록 권유 중이다. 영국은 프랑스 EDF를 통해서 중국 CGN의 지분율을 낮추고 싶어한다.

이를 모르지 않는 프랑스 EDF도 자기에 유리하도록 협상을 끌고 가려 한다. 또한 그런 EDF의 속셈을 중국 CGN도 모르지 않다.

서포크Suffolk에 위치한 시즈웰 핵발전소말고 프랑스 EDF 투자로 건설한 에섹스Essex 소재 힝클리 Hinkley Point C 핵발전소에도 중국 CGN 지분이 섞여 들어가 있기 때문에 그들 3자 간의 협상은 꼬여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애꿎은 시민들에게 황금으로 된 전기요금 고지서가 날라 간다고 한들 사탕발림 고지서로 들통 날 수도 있다.

같은 가디언 원문 기사에 따르면 영국은 향후 10년 내로 영국 전기의 20%를 담당하는 핵발전소 8개 중에서 1개만 남겨두고 나머지 7개 모두 폐쇄할 것인데, 영국 통상-에너지-산업전략부는 시즈웰 건설을 통해서 핵발전을 겨우 유지하려는 계산을 하고 있다. 서울경제 기사는 이 사실조차 말하고 있지 않다.

나아가 더 심각한 편향은 이 기사의 마지막 부분에 있다.

최근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발표한 <프랑스 2030 투자계획>에서 원전연구개발에 10억 유로를 투입한다는 문구를 넣어 마치 원전 건설이 대세인 것처럼 보도를 마무리했다. 이런 대세론은 실제로 사실이 아니다. 총투자액 300억 유로인 이번 <프랑스 2030 투자계획>의 핵심은 친환경 수소산업 기획에 있었다. 그 중에서 10억 유로가 소형 원자로 개발비와 원전 폐기물 관리사업에 계획된 것으로, 대부분 계획은 기존 원전수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만큼 원전 폐기물 문제도 심각한 프랑스에서 원전 폐기물 관리는 가장 시급한 상태다. 그리고 모듈식 소형 원자로 개발은 원자력발전소 폐쇄를 결정한 다른 나라에서도 하는 기초연구에 해당한다.

보수 매체들의 편향된 기사와 달리 프랑스의 기존 원전 단계적 감축 정책은 변함이 없다.

매체 서울경제 기사만 유독 편향적인 것은 절대 아니다. 대부분의 보수 매체들은 한결같이 동일한 출처를 그들의 입맛에 맞춰 가공해 왔기 때문에 실상 이번 기사가 큰 별일도 아니다.

최근 들어 핵발전 건설을 다시 언급하는 매체들이 부쩍 늘어 그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서 대표적인 한 가지 사례를 꼬집어 말한 것이다.

한 가지 더 말하자면 기사에서 최근 발생한 영국 에너지 위기의 원인을 두 가지로 말했는데 천연가스 가격급등과 해상풍력발전의 미흡한 전기생산량이라고 했다. 천연가스 가격급등이라는 원인은 러시아와의 국제관계 현실에서 온 사실이다.

그러나 해상풍력 발전량 문제는 그것이 정말 문제라고 증명된 것이 없을 뿐 아니라 오래전부터 해상풍력을 반대하고 원전을 옹호하는 사람들의 관례화된 주장에 지나지 않는다.

<참고자료>
https://www.theguardian.com/environment/2021/sep/25/ministers-close-to-deal-that-could-end-chinas-role-in-uk-nuclear-power-station (가디언 9월25일자)

Department for Business, Energy & Industrial Strategy, RAB Model for Nuclear. OGL. 2020 이 보고서는 영국 원전사업 추진기관에서 작성한 것이어서 당연히 원전 건설 옹호의 논리이지만 그래도 상당한 객관적 기준을 제시한 편이라서 소개합니다. 이 보고서파일은 인터넷으로 무료 다운 받을 수 있어요.

2006년-2020년 사이 한국 원전사업 현황 그림표
handmade table
이 표 그린 때는 2년 전이지만 현재를 이해하기 위한 참고로 될 수 있어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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