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과 녹색철학- 마술정치 깨기
녹색연합 주최 녹색시민포럼

자본권력의 배후, 마술정치



현대 자본권력의 특징은 문제 상황을 합리적으로 그리고 과학적으로 해결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가장 주술적인 방식으로 접근하는 태도를 고수한다는 점이다.

나는 최첨단의 현대과학문명 속에서 가장 주술적인 삶의 양식이 더 고착되고 있는 현상을 ‘미신화된 권력정치’라고 부른다. 미신화된 권력정치의 유형은 여러 가지 있으나 먼저 마술적 정치행위를 들 수 있다.

미신화된 정치권력 중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사회적 현상은 자본 중심주의 현대국가의 정치집단에서 잘 드러난다. 이 집단의 권력은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결합으로부터 형성되었기 때문에 정치권과 자본시장은 밀접하게 결탁되어 있다.

외형적으로 공적 정치행위는 사적 자본 확장의 연계에서 발현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경우, 즉 공적 정치를 표명하지만 실제로는 사적 자본의 경영방식을 나는 <마술정치>라고 부른다. 현대국가의 정치집단은 외형적으로 합리성과 정당성 및 공공성을 표방한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실제로는 일종의 마술적 양상으로 나타난다.

마술정치는 일종의 미신화된 권력정치이다. 마술정치는 사적 권력을 공적 정권으로 포장하기 때문에 사적 이익이 드러나지 않도록 공적 권력의 공공성을 최대로 창출하기 위하여 다양한 방식의 마술표현을 디자인한다. 더 흥미로운 사실은 사적 권력을 확대하려는 의도가 더 클 경우, 권력의 공공성을 홍보하는 마술적 디자인을 더 확장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사적 이익에 매몰된 독재정권일수록 공적 정당화를 확보하기 위하여 국민이나 민족의 이름을 남용하거나 자주 도용한다. 그 일례로 대한민국의 지나온 국민성금 운동을 보자. 박정희 독재정권 때부터 그들은 그들의 정권을 유지하기 위하여 국민성금 운동을 주도했다. <쥐잡기운동 전국민모금>, <휴지통설치 범국민성금>, <수해지역 시멘트보내기 국민성금>, <하수도 설치지원 국민모금> 운동에서 시작하더니, 전두환 군부정권에 들어서서는 급기야 <평화의 댐 공사 국민성금>이란 희대의 가공작품까지 조작해내었다.

아이엠에프로 인한 <금모으기 국민운동>으로 근근이 이어지더니만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정체불명의 국민성금 바람이 다시 불었다. 말을 끄집어내고 따가운 시선에 못 이겨 없었던 이야기로 하자는 <국군장병 발열조끼 지원 국민성금>, <숭례문 복원을 위한 국민모금운동>, <달 탐사선 기술개발을 위한 국민모금> 등의 괴담이 돌기도 했다. 케이비에스가 주도한 <천안함 국민모금>은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지만, 생뚱맞게 <안중근 의사 기념관 신축을 위한 국민 모금>을 조선일보가 한다고 뻔뻔한 얼굴로 나설 정도니, 대한민국은 가히 국민성금의 나라라고 해도 괜찮을 듯하다. 대부분은 공적 정당화를 끌어내기 위하여 국민의 이름을 남용한 마술권력의 대표적인 병증들이다.

마술권력은 4대강 죽이기 사업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청계천의 신화를 업고 개발독재의 전형을 보여주는 4대강 죽이기 사업은 단순한 정권남용이나 행정오판으로 끝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물리적인 것은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르면 복원 가능하지만, 생명적인 것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회복하기 어렵다는 데 문제가 있다.

권력을 쥔 사람들에게 있어서 강은 오로지 에이치투오H20 의 물질적 집산물로 밖에 안 보인다. 개발 호재의 마지막 여정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권력은 무리를 해서라도 기필코 수행하겠다고 한다. 그래서 권력은 또 한 번의 마술을 부리는 전략을 세운다. 생명을 파괴하는 곳에서 생명의 구호를 가장 많이 선전하는 법이다. 자신의 억지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자신의 가장 약한 곳을 과장하여 보완하는 전형적인 수법이다.

가장 반생명적인 권력이 가장 생명적인 용어들을 점유한다. 대중매체를 통해 온갖 언어의 마술을 부리면서 사람들의 판단을 흐리게 만든다. 그들은 언어의 마술로부터 지본권력의 환상을 확산시키는 데 주력을 다한다. 파괴, 독점, 분리의 권력경영에 마술을 걸어서 녹색, 그린, 청정 등으로 착시를 일으키는 데 온 힘을 다 한다. 청계천에 4시간만 정전이 되어도 파괴된 물의 실체가 드러나는 데도 말이다. 강 둔치에 생태계의 보고인 습지를 싹 갈아치우고 그 위에 자전거 길을 산뜻하게 만들면 그것이 바로 녹색사업이라고 마술을 걸고 있다. 남한강 어느 둔치, 시원한 바람과 그늘을 주었던 버드나무 숲을 하루 밤 사이에 싹둑 베어버리고선, 콘크리트 막을 치고 길가 한 편으로 팔뚝 굵기만한 어린 나무들을 일렬로 심은 흉측한 몰골을 생태개발이라고 억지주장하는 희한한 마술을 걸고 있다.

마술적 디자인을 기획하기 위하여 필요한 다음의 요소들이 있다. 첫째 대중 개인의 영웅화를 시도한다. 둘째 마술에 깨어나지 못하도록 더 강도 높은 마술을 끊임없이 개발한다. 셋째 마술의 비법을 아는 대중들에게는 강압적 고립을 시킨다. 대중의 영웅화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하여 대중들로 하여금 권력행위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한다. 앞서 예를 들었듯이 권력집단은 자신의 전술을 마술로 변신시켜주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매스컴과 연계하여 대중 개개인에게 작은 영웅을 만들어 주는 마술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생산한다.

물론 대중은 이러한 마술적 변신의 속셈을 알아채고 만다. 대중은 권력이 오판하듯 그렇게 무지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중이 그런 마술의 왜곡을 알아챘지만, 그 알아챔을 당당하게 표현할 수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권력은 미리 눈치챈 소수 대중들을 고립시키는 강압적 전략을 사용한다. 이러한 고립정책을 위하여 더 강도 높은 마술을 필요로 한다. 그들의 강압정략은 생각 이상으로 체계적인 공포심을 조장한다. 광우병의 사례를 보자. 광우병을 대처하는 권력의 방식은 사람의 안전이 아니라 자본의 안전을 위해 만들어졌다. 누군가가 용기있게 나서서 그런 권력의 안전 불감증세를 고발이라도 할 경우, 권력은 그런 행위에 대해 검찰조사가 있을 것이라고 겁을 준다.

천안함에 대한 진실여부를 자꾸 캐물을 경우 역시 검찰조사가 수반될 것이라고 매스컴이 대신 말해준다. 방사능과 관련하여 편서풍 이외에 다른 의견을 제시할 경우도 마찬가지로 불온세력에 대한 검찰 조사가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마술사에게 마술보조원이 항상 옆에 있듯이 검찰도 그런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나보다. 실은 70년대 군사독재 시절부터 그런 겁에 질려 온 터라, 면역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현 권력 역시 워낙 강력한 마술 보호장치를 운용하여서 나 같은 필자는 겁이 나서 함부로 말하기 어려울 정도다. 내가 비겁한 나 자신을 직시하고 있는 것이 두렵지만, 그런 나의 비겁함이 내 안으로 내재화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심이 더욱 두려운 점이다. 그렇지만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

악화가 양화를 깬다는 말을 흔히 듣곤 하지만 그 말은 재화의 가치 측면에서 그럴 뿐이다. 도덕의 가치 측면에서는 악화는 생각보다 빠른 시간 안에 그 스스로 붕괴한다. 자멸을 동기화하고 가속화하기 위하여 마술의 미신을 능동적으로 퇴치해야 한다.


보통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결탁이라고 말한다면 동일범주의 개념이라고 수긍한다. 그러나 권력과 자본은 동일 범주의 개념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논리적 개념을 떠나 그 둘은 항상 연계되어 있다. 권력과 자본의 결합력은 현실 자본주의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정확히 말해서 잉여자본은 경제권력에서 물론이거니와 정치권력 및 성권력(power of sexual selection)을 장악하는 기초적이면서 동시에 가장 강력한 동력원이다.

자본주의 정착 이전 시대의 특징은
(1)사회구성력에서 자본의 힘은 강력했으며,
(2)권력이 자본을 강압통제했을 뿐 권력이 자본을 재생산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반면 자본주의 정착 이후 시대의 특징은
(1)마찬가지로 자본의 힘은 강력했으며
(2) 동시에 권력은 자본을 재생산할 수 있으며
(3) 나아가 자본이 권력을 창출한다는 데 있다. 다 아시다시피 이명박 정권의 성격은 이러한 자본의 특징 3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다.

슬슬 대기업 자본의 회장들이 정치적인 교조적 발언을 한다. 이러한 현상은 돌발적 상황이 아니다. 오랜 동안 학습되어 온 ‘자본의 권력창출’ 이념이 겉으로 드러났을 뿐이다.
녹색시민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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