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비평준화는 누구에게 좋을까

고교 비평준화는 누구에게 좋을까



원주투데이 2005.09.28

고교 비평준화를 고집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정말 알 수 없다. 천안과 부여 그리고 우리 원주, 강릉, 춘천만이 마지막까지 유명무실해진 비평준화를 고집하고 있으니 말이다. 비평준화를 고집하는 이유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서울의 유명대학 진학을 위해서 경쟁력 있는 학생들이 모여 있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선입관이고, 다른 하나는 기존의 지역 명문고교의 이름 값을 보전해야 한다는 편견일 듯 하다. 그런 생각이 얼마나 구태의연한 오판임을 빨리 깨달아야 한다.

한국사회는 여전히 망국의 학벌 사회인지라 대학 진학률이 고교를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가 된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겠다. 그런데 지난 5월 중순 이미 평준화 시행 4년차인 군포 지역 고등학교의 대학 진학률 통계를 보면, 비평준화와 소위 명문대 진학률 사이의 상관성이 결정적 오판임을 알게 해준다. 과거 비평준화 시절과 평준화 이후를 비교해 본 결과 대학 진학률이 오히려 5.1% 높아졌으며, 소위 명문대 진학률은 그 이상의 훨씬 높은 상승률을 보여 주었다.

군포 지역만이 아니라 창원, 마산 지역 등에서도 평준화 이후 뚜렷한 대학 진학률 상승을 보고하고 있다. 다른 대부분의 도시에서도 평준화의 높은 실질적 효율성을 인정하였다.

그들의 교육청이라고 해서 학벌사회의 기득권을 과감히 버리거나 이상적인 교육공동체 이념을 내세워서 평준화를 했을까? 절대 아니다. 단지 평준화의 효율성이 높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앞으로는 대학 진학이 예전처럼 암기 경쟁만 해서는 나아질 리가 없다. 논술과 같은 자유로운 창의성 교육이 뒷받침 되어야만 대학 진학률이 높아진다는 점은 이미 기정사실이다. 이런 교육환경의 변화를 빨리 읽을 수 있다면 늦기는 했지만 이제라도 우리 도교육청이 나서서 학생들의 창의성을 키우고, 교사들의 힘을 북돋우고, 학부모의 과외비 걱정을 덜어내는 그런 강원도 교육을 살려 내야 한다.

지난 주 강원지역 평준화 설문조사 결과가 발표되었는데, 이미 그러려니 했지만 76%가 평준화 찬성으로 나왔다. 당연한 결과다.
비평준화를 고집하는 남은 이유를 살펴보자. 기득권을 가진 도내 명문고의 입김이다. 명문고의 기준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으나, 실은 소위 명문고교 역시 명문을 유지하려면 성적 좋은 중학생을 뽑아 서울 소재 유명대학에 겨우 몇 십 명 보내는 수준의 자만감에서 벗어나야 한다.

고급 수준의 자생적인 교육전통과 창의적 학습방법 개선을 위해 선배를 포함한 구성원의 의식전환이 바로 명문고의 제일 조건이다. 그러다보면 명문대 진학률은 부수적으로 따라오게 되어 있다.

이제 명문고의 정체성은 입시성적만의 지역적 우위가 아니라 창의성과 국제화의 기준을 만족시켜야 한다. 작게는 기업도시와 혁신도시가 요구하는 창의적 교육 공간을 준비하기 위하여 크게는 세계화의 단초를 원주에서 만들기 위하여 먼저 명문고의 자부심은 우리 내부에서 만족하는 명문이 아니라 외부 사람조차도 부러워하는 명문으로 이어져야 한다.

결국 시대의 변화를 읽어가는 보통 사람이라면 너무 당연히 고교 평준화를 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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