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o Cooperatus 측은지심의 과학
경향신문 [책@세상. 깊이읽기] 입력: 2007년 08월 31일 15:41:55

<서평>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원칙…요하임 바우어|에코리브르

과학자 논리로 푼 ‘측은지심’

틀에 박힌 윤리 교과서에서 성선설 이야기가 나오면 먼저 맹자가 거론되고, 그중에서도 측은지심을 설명하는 부분이 사례로 등장한다. 측은지심이란 타인을 사랑하는 마음인데, 이는 남의 아픔과 절실함을 서로 같이 느낄 수밖에 없는 마음이며, 바로 그 마음이 인간 본성에 해당한다고 한다. 그런 느낌과 행동은 숨길 수 없으며 체면이나 남의 칭찬을 받기 위한 것이 결코 아니라고 맹자는 힘주어 말했다.

그런데 보통 사람들은 이런 양심의 이야기를 좋은 덕담이나 폼나는 철학이론 정도로 인식할 뿐, 정말 자신의 본성에 결부시켜 자신을 둘러보는 일에는 무관심하다. 그렇지만 만약 이런 맹자의 옛날 철학이야기를 현대 과학자가 신경생물학의 입장에서 과학적 근거를 들어 다시 주장한다면 어떻게 될까?‘인간을 인간이게 만드는 원칙’은 독일 임상의사인 요하임 바우어가 바로 그런 입장을 담아내 쓴 책이다.

그는 다윈의 진화론 이후 생명진화 과정이 지나치게 생존투쟁과 이기주의라는 편협된 논리로만 해석된 점을 강하게 비판한다. 유럽권 저자 바우어의 입장은 이미 영미권에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사회생물학’의 에드워드 윌슨이나 ‘이기적 유전자’의 리처드 도킨스처럼 진화생물학에만 치우치지 않고 현대 신경생물학을 도입하여 인간 본성에 대한 새로운 과학적 접근을 제시하였다. 그래서 생존경쟁 지향의 이기주의 본성론을 강조해온 도킨스 성향과 달리 이 책의 저자는 인간의 본성을 투쟁이 아니라 상호협동성에 두었다.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저자는 두 가지 방식의 근거를 댔다.

그 하나는 도파민이나 옥시토신 혹은 내인성 오피오이드 등의 신경전달물질의 생리적 기능을 예시하였다. 타인과의 사랑과 신뢰의 관계를 통해 심리적 만족감을 얻으면서 활성화되는 신경전달물질은 반드시 사회적 상호 협동관계에서만 발현하고 작용하도록 진화되었다는 점이다.

둘째 근거로서 동정심과 감정이입 능력을 활성화하는 거울신경세포의 발견에 있다. 이는 포유류 종 이상에서 발견되곤 하는데 특히 인간에서 거울신경세포의 기능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거울세포는 타인과의 관계를 지속하여 공동체를 유지하려는 동기를 자극하는 원동력으로서, 개체를 뛰어넘어 집단의 매개체 구실을 한다. 그래서 도킨스가 주장하듯 생명개체는 유전자를 후손에게 실어나르는 단순한 운반수레일 수 없으며 생명 네트워크의 한 맥점이 된다.

그리고 이 책에서는 다루고 있지 않으나 많은 사회적 생명종들은 성체가 되기 이전 유아기 상태로 진화했다는 진화생물학의 주장이 있다. 이러 주장들은 기존의 이론처럼 성체의 투쟁지향의 공격적 형질이 아니라 유아처럼 부드러운 순응적 형질이 진화되었다고 보는 입장이다.

이같은 입장들은 최근 논의되기 시작한 생물학적 이론들이지만, 어쨌든 이런 반성적 입장은 유전자로 모든 것이 설명가능하다는 생물학적 결정론의 허상, 투쟁과 이기성의 적응결과로 본성과 본능이 형성되었다는 이론적 독단, 본성이란 변하지 않는 고정된 것이라는 환상들로부터 벗어나는 계기로 이어졌다.

유전자란 해당 개체 생명체의 행동유형을 규제하긴 하지만 그런 유형은 사회적 및 자연적 환경의 영향을 전적으로 받는다. 달리 말해서 기존 진화이론과 달리 유전자 역시 고립된 것이 아니라 외부환경의 조건에 따라 상호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렇게 외부환경을 수용하는 다양한 적응결과는 개체중심이 아닌 공동체를 지향하는 구성원의 협동행위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우리 현실사회에 팽배한 인간의 이기적 행위들, 투쟁과 경쟁 그리고 공격적 성향들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저자의 대답은 간단하다. 인간의 공격성 행위 자체는 인간 본성에서 드러나는 행위의 목표가 아니라 단지 상호성 관계가 깨지거나 애착관계의 결핍이 두드러질 때 그런 기존 관계성을 유지하고 보완하려 하는 방편적 수단일 뿐이라고 한다.

지구라는 땅덩어리에 주어진 한계 재화를 서로 뜯어먹고 사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형적으로 정착한 이기주의와 약육강식, 소외와 투쟁의 논리들이 시나브로 합리화되었고 어느덧 최고의 정상이론이 되었다는 것을 반성하는 전환점에 우리는 서있다. 현대 문명사회에서 인간학적 소외는 절묘하게 과학적 편견과 얽혀있다.

소외를 털어내고 인간에 대한 믿음을 더 키우고자 한다면 이 책의 독서를 권장한다. 〈최종덕|상지대 교수·과학철학〉
경향신문

되돌아가기

전체목록 페이지